[사설] 여야, 예산안 합의때마다 남긴 소모적 공방 줄여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2023년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여야의 소모적인 공방 끝에 극적 합의로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당초 정부안보다 4조6천억원이 줄어든 634조4000억원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예산 604조4천억원보다는 5% 정도 증가한 슈퍼예산안이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등을 놓고 법정 처리시한(2일)보다 20일동안 질질 끌다가 합의한 것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오늘 저녁 6시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정부 여당이 집요하게 요구한 기업 법인세 최고세율 3% 포인트 인하와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안을 양보한 결과로 보인다.

 

최대 쟁점이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4개 구간 모두 1%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했다. 정부 여당은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이라며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기업의 최고세율(25%)을 3%포인트 인하할 것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고 대치했다가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로 더 작은 규모의 기업들에 대해서도 과세 구간별로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방안에 합의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신설한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안 역시 합의 처리 걸림돌로 작용하다, 예비비가 아닌 정식 예산에 포함시키되 총액 5억 원 중 50%를 감액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여야는 전체 예산에 쥐꼬리만도 못한 경찰국 등 조직 신설에 따른 5억원 예산안이 손톱의 가시처럼 작용했지만 이 역시 반쪽 양보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핵심 쟁점을 합의 했기 때문에 내년도 예산안은 오늘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을 보면 법정시한(2일),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9일)은 물론 김 의장이 중재했던 두 차례의 시한을 넘겨가면서까지 질질 끌었다. 법인세율의 경우 굳이 3% 인하를 고집할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여야는 기업 법인세를 낮춰 투자여력을 높이자는 주장과 재벌 특혜와 부자 감세로 맞섰지만 법인세 높낮이도 업종에 따라 달라져야한다는 주장도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21일 출입기자들과의 송년 기자회견에서 "법인세를 인하하지 말라고 하는 건 전혀 아니지만 그냥 무차별적으로 다 인하하는 게 과연 좋은 것인지 생각은 있다"며 "(업종에 따라) 높낮이를 어떻게 가져갈지 생각하는 건 중요한 정책 수단"이라고 했다. 이어 "무조건 세금을 안 걷으면 좋으냐 이런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며 "어떻게 배분시킬지 생각하는 게 중요한 철학이자 국정 과제 중 하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제계가 법인세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한 것은 법인세 업종에 따라 맞춤형 정책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굳이 법인세율을 현행 25%에서 일괄적으로 3% 포인트 인하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보기에 따라서는 미래 신사업과 성장기업 등 업종에 따라 차등을 둘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다. 이는 반도체특별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정부안, 여당안, 야당안이 각각 달라 여전히 공전중이다. 정작 기업이 요구하는 안은 나 몰라라 하고 여야와 정부가 탁상행정으로 질질 끌고 있는 모양새이다.

 

대통령실은 야심차게 추진한 법인세율 3% 포인트 인하와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및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원안대로 관철시키지 못한 데 대해 침묵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거야의 벽을 실감했을 것이다. 한마디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지난 11월 한중경제협력포럼에 경기도 투자유치 사례를 소개하러 온 경기도 투자유치담당관은 이런 말을 했다. “경기도내에 투자의향이 있거든 인허가 부서에 가지 말고 투자유치과에 오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소개했다. 인허가 부서는 안 되는데 초점을 맞추지만 투자유치과는 맞춤형 해법을 제시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도내에도 이럴진데 정부도 국민과 기업의 기를 살리려면 좀더 세심한 맞춤형 정책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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