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은 국민과의 소통자리..기존방식 지키자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 정권에서 매년 초 출입기자들과 하던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부처별 내년 대국민 업무보고로 대체하려한다는 보도이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지난 1968년 박정희 대통령시절부터 소위 연두교서라는 형식을 빌어 역대 정권이 국회와 청와대에서 그 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으로 이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자리였다. 국민에게는 한 해 대통령의 구상과 국정목표를 요약해서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이고 또 함께 동참할 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런 신년 기자회견을 각 부처별 ‘대국민 보고’방식으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국내외 언론사들은 보수와 진보 등 비교적 다양한 사시를 지향하는 매체들이다. 때문에 일방적이지 않다. 그런 출입기자들과 국정 목표를 놓고 질의응답을 하는 것은 일방적인 ‘대국민 보고’방식과는 다르다. 대통령이 그 해 집중하고자 하는 국정목표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자들과 함께 점검해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국정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기회의 자리일 수도 있다. 신년 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역대 정권 어느 대통령도 시도하지 않은 출근길 약식 문답인 도어스테핑에 도전해 국민과 소통의 폭을 넓힌 바 있지만 돌연 중단한 상태이다. 대신 국민 패널들을 선정해서 다양한 형태로 국정과제 점검회의 등으로 색다른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부터 시작한 내년도 업무보고 형식도 마찬가지이다. 소통방식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방식이 더 효과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출입기자들과 거리두기로 비춰질 수 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각사의 사시를 대변하는 다양한 의견을 대신 전하는 기자이다. 이들을 비켜서 국민과 직접 대화하는 모양새는 낯이 설다.

 

미국도 대통령이 매년 초 의회에서 ‘연두교서’를 하고 있고 우리도 매년 초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을 해왔다. 신년 기자회견이다. 신년 초에 대통령이 국가의 전반적인 상황을 분석ㆍ요약한 기본정책을 설명하고 국회와 국민에게 협조를 구하는 방식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통해 다양한 현안에 대한 약식 질의응답으로 대국민 소통에 나섰지만 유독 MBC 보도 및 출입기자와의 마찰로 도어스테핑은 한 달여 동안 중단한 상태이다. 아직 재개 소식도 무소식이다. 그 사이에 대국민 보고와 국민 패널이 등장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출입기자들을 멀리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누구보다 대통령실의 상황에 대해 꿰뚫고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권력 감시 역할을 하고 있다. 출입 기자를 제끼는 인상은 감시를 피하겠다는 도피성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항상 언론과 소통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실천한 바 있다. 대통령실 청사 안 1층에 기자실을 두고 매일 도어스테핑을 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민심을 가장 잘 읽고 정확한 문제의식을 가진 언론의 제언과 쓴 소리를 잘 경청하겠다. 언론 앞에 자주 서겠다”고도 했다. 그랬던 언론과의 약속을 접은 듯한 모습은 신뢰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서생적 문제의식을 지닌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게 상인적 현실감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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