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역규모 1조달러국 유지했지만 수출엔진 점검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5일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연간 수출액은 6800억 달러(879조원) 규모이다. 또 수출과 수입을 합친 교역규모가 역대 최단기간인 9개월 만에 1조 달러를 돌파했다고 한다. 교역규모 순위는 지난해 8위에서 6위로 두 단계나 올라섰다. 녹녹치 않은 세계 경제상황에서 성과를 낸 결과라 할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교역비중은 75%로 우리는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한다. 독일 80%에 이어 두 번째로 특히 수출로 연명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5일은 ‘무역의 날’이었다. 지난 1964년 수출 1억 달러 달성을 자축하기 위해 '수출의 날'로 지정한 날이다. 명칭은 바뀌었지만 59년 만에 수출은 6800억달러로 교역규모는 1조달러를 돌파해 세계 6위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수출 품목이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가발에서 세계 산업계의 쌀이라는 반도체로 끊임없이 손바꿈하면서 거둔 성과라 할 수 있다. 유구한 문화적 자산으로 관광과 금융자산으로 선진국 지위를 누리는 국가와는 달리 전쟁의 잿더미속에서 맨주먹으로 일군 국민의 저력을 보여주는 성적표라고도 할 수 있다. 수출입 성적표만 보면 그동안 얼마나 국가와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 거침없이 뛰어왔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소위 경제개발 계획의 모델국가로 삼았던 파키스탄과 필리핀 등은 이제 우리나라를 모델로 삼고 있을 정도이다. 차이가 있다면 이들 국가는 계획대로 실행하지 않았고 한국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실행했고 기업가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과감한 투자에 도전했다. 중공업과 반도체 모델국인 일본을 제치고 조선과 반도체 그리고 자동차 분야에서 세계 기업과 당당히 자웅을 겨루고 있다.

 

하지만 교역규모 세계 6위라는 위엄에도 수출 시장은 더욱더 한파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11월까지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 무역적자가 426억 달러로 연말까지 5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 가스, 석탄 등 계절적 수요가 많은 에너지 수입비중이 증가한데다 가격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까지 겹쳐 급등했기 때문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돌발변수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수출로 연명하는 나라에서 공급망 변수에 무역적자의 골이 이처럼 깊어지면 수출입 정책의 대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교역규모와 수출이라는 놀랄만한 성적표에도 사상 최대 무역적자라는 빛바랜 그림자 때문이다.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공급망 차질에다 주요 수출시장의 변수까지를 포괄하는 대응책이 요구되고 있다. 주요국은 자원을 무기화하고 자국 산업 우선정책을 교묘히 법으로 내세워 무역장벽을 쌓고 있는 만큼 이를 뛰어넘는 담쟁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치 가발에서 반도체로 수출품목을 변화시켰던 것처럼 시장의 변화를 내다보는데 정부와 기업들이 원팀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기업가와 기업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가가 부담해야할 역할과 책임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기업가들은 수출의 최전선에서 뛰는 전사나 다름없다.

 

국가는 그들에게 인력과 무기 등을 지원하는 선제적 병참역할을 해야한다. 발목잡는 규제가 있다면 제거하고 힘이 부치는 벽이 있다면 낮추는 입법도 서둘러야 한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전격적으로 제정할 때 민주당과 공화당 상하원 여야는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전기차와 배터리 등 자국과 북미산에 특혜를 주고 경쟁국인 한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연합(EU)을 차별하자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미국은 자국기업 먹고 살자는 데 정쟁은 없었다.

 

하물며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는 두말이 필요 없다. 수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전사들에게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정책과 제도로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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