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심에 떠밀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성역 없이 하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여야가 23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계획서 승인과 국조특위 구성을 마치고 45일간 조사하기로 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초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미진 시 검토하겠다던 방침을 전격 철회한 결과이다. 국민 70%가 국정조사를 찬성하자 입장을 번복했지만 이제라도 참사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는데 진정성을 보여주기 바란다. 또 한 가지 6년전 진도 맹골수로를 항해하던 세월호 침몰로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성역없는 국정조사의 반면교사이기 때문이다. 국정조사를 통해 참사 원인과 예방책을 입법화 해야 육상과 해상에서 반복되는 참사를 막을 수 있다.

 

이번 국정조사가 살펴보는 조사기관엔 대통령실 국정상황실·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국무총리실이 포함됐다. 흔히 말하는 ‘골든타임’을 놓친 국가 심장 기관들이다. 이태원 참사 당일 적정한 구호조치가 이뤄졌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골든타임’이 사고 발생 45분 후인 밤 11시였다고 한다. 하지만 11시1분에 인지한 대통령부터 행정안전부 장관·서울시장·경찰청장·서울경찰청장 모두 골든타임이 지나 늑장·부실 상황을 규명해야 한다. 참사 유족들도 이번 참사가 “정부의 간접살인”이라며 대통령·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책임 규명, 희생자 추모시설 마련, 2차 가해 금지 등 6가지 요구사항을 22일 발표한 바 있다. 국정조사팀은 참사 유족과 부상자 가족의 의견도 수렴해서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

 

역대 국정조사를 살펴보면 여야의 이견으로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체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국정조사도 윤석열 정권 면피용이 아니기를 먼저 지적하고자 한다.

 

국회사무처의 '2020 의정자료집'에 따르면, 국정조사의 구체적 절차를 명시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국감국조법)이 제정된 13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국조특위 차원에서 총 27번의 국정조사중 결과 보고서가 채택된 것은 12번이라고 한다. 국정조사를 했지만 흐지부지 끝난 예가 더 많았다는 점을 유념할 이유이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국정조사(1995년)와 가습기 살균제 사고 국정조사(2016년)는 국정조사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이다. 삼풍백화점 국조특위가 채택한 결과 보고서는 이후 국회가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같은 재난방지 법안을 재·개정하는 토대가 됐다. 가습기 살균제 국조특위는 여러 차례 걸친 현장 조사와 관계자 면담, 청문회 등으로 관련 기업들이 인체에 대한 살균제의 안전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밝힌 것으로 국정조사가 왜 필요한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또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의혹 사건 국정조사(2016년~2017년)는 15대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 명단에 포함해 60일 동안 7차례에 걸친 청문회를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실제 문서로 존재하고 있음을 밝혔다. 권력 심장부에서 국정을 농단한 것을 국정조사가 밝힌 것이다.

 

하지만 여야 이견으로 국정조사가 흐지부지 끝난 예도 있다. 희생자 대부분이 고등학교 학생들을 수몰시킨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2014년)가 대표이다.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특위는 당시 여야가 증인 채택에 합의하지 않고 공전을 거듭하다 단 한 차례의 청문회도 열지 못하고 끝났다. 이전 국정조사 대상이었던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2013년), 12.12 군사쿠데타 국정조사(1993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 국정조사(1988년)도 조사 활동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특위 활동을 종료했다. 보고서 채택도 무산된 예이다. 국가가 저지른 국기문란 사태와 학살에 여야는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 것이다.

 

여야는 왜 국가재난안전시스템과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 먹통이 됐는지 그 시스템 선상에 있는 모든 공직자를 찾아내 엄벌에 처하고 미비한 제도와 시스템을 보강하는 데 명운을 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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