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 정상 3년만에 재회...더 만나 남북긴장 해법 찾아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국가간에도 위기를 해소하고 긴장을 푸는 길은 정상간의 만남만큼 지름길은 없다. 정상들이 만나서 대화할 의제에 대해 사전 현안으로 조율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정상회담을 했다. 한중 정상회담은 지난 2019년 12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 주석간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후 3년만이다. 이후 이번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 취임 6개월 후이고, 시 주석 3연임이 확정된 양국 정상의 만남이라 의미는 남다르다. 이번에 주고받은 사안은 향후 5년 한중 양국의 주요 외교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은 25분으로 짧았지만 앞으로 풀어가야할 공동의 과제를 주고 받았다는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8월 24일이 한중 수교 30년이 되는 해이고 이 해를 넘기지 않고 한중 양국 정상이 다자외교 무대에서 별도의 시간을 내서 양국 정상회담을 갖은 것만으로도 평가할만하다. 묵은 과제와 발등의 현안은 서로 만나야 해법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상 간의 만남은 핵심 의제를 풀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연합+3회의에 참석,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안보대화체 신설에 합의한 바 있다. 한미일 경제안보협의체는 사실상 중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응하기위한 또 하나의 한미일 공조체제나 다름없다. 이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G20 정상회의에 참석, 시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한미일 경제안보대화체를 직접적으로 우려를 표시했고 한편으로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건넸다. 윤 대통령이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요청했으나, 시 주석은 “남북관계를 한국이 적극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한 발 비켜나갔다. 남북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는 “북한의 호응을 전제로”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이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는데 주변국이 거든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남북이 주목해야할 지적이다. 우리와 가장 가까이 무릎을 맞대고 있는 상대는 남북이다. 윤 정부들어 어느때보다 남북은 가공할만한 전략자산을 앞세워 충돌 기미만 찾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중국에 서로 상대방을 말려달라고 주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외교전략이다. 가까이 있는 남북이 즐겁고 사이좋게 살아야 멀리 있는 중국과 미국도 따라올 수 있다. 시 주석은 이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는데 중국도 북한을 지지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적인 인식이다. 그 인식에 기반해서 해법을 모색하는데 방점을 둬야 한다.

 

우리 외교 목표는 미중이 아니라 남북이어야 한다. 미중은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지원하는 우군이라는 전략이어야 한다. 그 당사자는 남북이다. 지금보다 더 엄중했던 시절인 1972년 7월 4일 남북은 서울과 평양에서 7·4남북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남북한 당국이 국토분단 이후 최초로 통일과 관련하여 합의 발표한 공동성명이다.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김영주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발표한 이 성명에는 자주, 평화, 민족적 대단결 등을 담은 담대한 구상이었다. 특히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 없이 남북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야한다는 것을 첫 번째로 두고 있다. 남북 당국은 당시 공동성명을 다시 펼쳐보면 남북 기본 외교목표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시 주석의 “남북관계를 한국이 적극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라는 주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 앞에 놓인 국제 정세도 남북이 먼저 대화와 협력하지 않고는 한미일과 북중러로 강화된 평행선만 달릴 뿐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형국이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밥이라는 중국과 러시아 등 시장도 잃고 남북관계는 대결국면만 고조시킬 뿐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의 만나는 횟수만큼이나 중국 정상과도 터놓고 자주 만나는 것이 북한에게 더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중 정상의 만남은 만날수록 남북 관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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