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장난 국가위기관리시스템, 원점부터 재수리·혁신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이 이렇게까지 엉망으로 작동될지는 꿈에도 몰랐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30여분후인 11시1분께 최초로 소방청으로부터 보고받았고 이후 재난 책임자인 행정안전부 장관 그리고 한 참 후에야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이 차차로 보고 받았다고 한다.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은 그것도 참사후 1시30여분이 지난 뒤다. 경찰 조직은 섬부터 시골 면단위 그리고 서울 곳곳에서 상시 비상체계를 갖추고 24시간 순찰중이다. 그런데도 경찰 최고 책임자인 경찰청장은 대통령보다 1시간14여분 뒤에 참사 상황을 보고 받았다고 한다. 참사 3일전부터 핼러윈 인파에 대한 이태원 상인들의 염려를 감지했음에도 관할 용산구청도, 용산경찰서도 남의 나라 행사로 치부했다. 우리가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

 

보도를 보아하니 소방청이 지난 29일 밤 11시 1분께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태원 참사를 처음 보고 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19분이 지난 시점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이를 인지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11시36분, 윤희근 경찰청장은 12시 14분이었다. 국가 재난안전 시계가 고장 난 벽시계였다. 관할 용산경찰서장이 가장 먼저 인지해서 서울경찰청과 경찰청장에게 즉각 보고해야할 사항이 대통령이 소방청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았다니 한마디로 어의가 없다. 마치 윤 대통령이 용산경찰서장이고 소방청이 일선 지구대 소장처럼 보인다.

 

군사적 위기부터 자연 재난까지를 포함한 국가위기관리체계를 처음 도입한 건 노무현 정부 당시인 지난 2003년부터였다. 당시 청와대 내 지하 벙커에는 공중, 해상, 육상에 이르는 모든 위기에 대해 24시간 비상 대기조가 감시하고 있었다. 경찰, 군, 소방청, 국정원,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 24개 기관에서 파견나온 요원들이 3교대로 비상 근무하고 있었다. 폭설이 내리는 겨울철에는 고속도로와 국도 상황을 판단해서 진입자체를 차단했다. 교통마비를 사전에 통제했다. 당시 강원도 속초 낙산사가 화마에 휩싸이자 청와대 벙커내 위기관리센터는 즉각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노 대통령은 헐레벌떡 관저에서 지하벙커로 이동해 소방청장에게 모든 가용수단을 동원 화재를 진화시키라고 명령했다. 벙커 위기관리센터에서 진두지휘를 했다. 최초보고와 지휘는 일사분란하게 전개됐다. 강풍에다 저녁시간대라 공중 접근은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육상 진화밖에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지하 벙커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국민과 함께 현장 진화에 노심초사했다. 이후 위기관리센터는 더욱 촘촘하게 다양한 위기 상황을 변수로 고려해서 국가위기관리체계를 보완했다. 당시 이를 체계화시켰던 류희인 전 위기관리센터장의 증언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도, 중국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벤치마킹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시스템이 무너진 건 이명박 정부 때부터이다. 청와대 지하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뜯어 고치더니 때 아닌 경제위기관리를 한다면서 워룸이라고 작명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대책회의를 지하 벙커에서 했다. 그 벙커는 핵공격시에도 견딜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는데 경제 대책을 지하에서 할 이유가 있었는지 TV에서 이를 보는 장면은 가관이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구상해서 노무현 정부때까지 10여년을 걸쳐서 구축한 국가위기관리센터는 그렇게 무너져갔다. 그나마 박근혜 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면서 시스템 복원이 이어오다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를 버리고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실을 옮기는 바람에 청와대내 지하 위기관리센터는 유물이 됐다.

 

이번 참사를 경찰이 늦장보고 했다면 청와대 내 벙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근무 중인 군과 소방청 그리고 국정원 근무자들이 대신 보고하는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다. 지난 정부가 잘못한 것을 개선하고 혁신하는데 주력해야할 윤 정부가 지난 6개월 동안 권력기관을 사냥개 부리듯 지난 정부를 물고 늘어지는데 시간을 낭비한 사태가 다방면에서 이어지고 있다. 고장난 벽시계는 수리해야 정상 작동한다. 국가위기관리체계를 지금이라도 정비하고 모든 가능한 한 변수를 고려해서 정상 작동시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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