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원도 레고랜드발 금융참사..수습 만전 기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강원도가 지급 보증한 채권을 부도 처리했다가 정부가 나서서 수습했지만 금융시장에 때 아닌 한파가 몰아 닥쳤다. 만기일까지 또는 만기일을 연장해서라도 수습했으면 얼마든지 상환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차고 출자한 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갚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달 28일 춘천시 중도 일원에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 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가뜩이나 금리 인상 여파로 자금시장에서 한국전력마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정부기관이 마땅히 만기가 돌아오면 갚아야할 대출금을 갚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자금 한파이다. 강원도가 춘천 레고랜드 개발을 지난 2011년부터 착수했고, 지난해 5월 개장한 이상 단기간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임을 감안했다면 아무리 금융에 무지했더라도 강원도가 당연히 갚아야할 채권을 고의 부도처리한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사태이다. 이번 사태는 새로 강원도지사에 취임한 김진태 도지사의 금융에 대한 무지였거나 전임 최문순 도지사에 대한 도정 책임을 전가시키려는 여러 가지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결국 그 수습을 정부가 나서서 하고 있다. 22일 추경호 기획재정부장관 겸 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이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기존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 이상으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보증한 채권에 대해서는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이지만 어처구니가 없는 대책회의이다. 강원도가 지급 보증한 레고랜드 사업을 위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 2050억원은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았고 이 어음을 매입한 금융사와 얼마든지 협상이 가능한 상황이었는데도 협상 대신 부도를 선택했다. 그 잘못된 판단과 선택이 결과적으로 50조원 플러스 알파라는 때아닌 긴급 구조용 자금을 출동시킨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여기서 끝날 것 갖지 않다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번에는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들이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는 곳곳에서 자금경색이 이미 시작되고 있어서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 와중에 강원도발 발행어음 부도처리는 결국 당국의 수습책으로 넘어갔지만 그만큼 시장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시장이 얼마나 불안한 가를 보여주고 있다. 2050억 원의 수백 배에 해당하는 50조원 플러스 알파를 긴급대책으로 내놓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이미 1조6천억 원 규모를 투자한 알펜시아 리조트개발에서도 분양실패에 따른 쓴 맛을 보고서도 레고랜드 개발에 대한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망하려고 개발하거나 투자하지는 않는다. 부푼 꿈만을 좆아 가다가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경우이다. 강원도에만 국한될 뻔 했던 이번 사태는 서울 금융시장 한 복판에 폭탄이 떨어진 경우이다.

 

지난 2008년 미국과 전 세계 금융시장을 위기로 몰아넣은 미국의 양대 국책 주택담보금융업체인 패니메와 프레디맥의 파산과 다르지 않다. 두 회사는 미국 주택담보 대출의 50%이상을 책임지고 있었고 이 담보채권을 한국 금융기관을 포함한 전 세계에 되팔아 또다시 돈 한 푼 없이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는 했지만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의 자금경색으로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없게되면서 파산한 경우이다. 당시 한국의 금융기관들도 5억5천만달러 규모를 이 두회사에 투자했다가 휴지조각된 사태이다.

 

강원도나 페니메와 프레디맥은 정부를 대신하는 기관이다. 오판이 부른 사태는 일파만파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경고하고 있다. 말 한마디 값이 50조원 플러스 알파인 파장이 한국 금융시장 전체를 벼랑 끝으로 몰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김진태 지사가 보여줬다. 자연재난이 아닌 잘못된 정책대응이 빗는 대형 금융위기에 긴장의 끈을 놓치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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