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 거짓말로 위기 모면해선 절대 안된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북한의 잇따른 탄도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하는 우리 군에 이상이 노출됐다. 오발탄을 숨기고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낙탄도 쉬쉬한 뒤 대응 미사일마저 추적이 실패했는데도 가상 목표물에 정밀 타격했다고 버젓이 거짓말을 했다. 같은 장소에서 발사한 미군 미사일과 다른 결과를 보여준 우리 군 미사일 대응상황이었다. 지난 5일 오전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응해 한미 양국 군은 강원도 강릉 해안에서 각각 에이태큼스를 2발씩 총 4발 발사했지만 우리 군이 쏜 2발 중 1발은 동해상 특정 표적 구역을 향해 비행하다가 추적 신호가 끊겼다고 한다. 발사한 미사일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당시 군 당국은 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정밀 타격했다고 했다. 그런데 8일 후인 13일 합동참모본부는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미사일이 추적 장비 상에서 사라진 사실을 뒤늦게 시인했다. 합참 측은 "미사일이 충분한 비행거리를 비행하다가 추적 장비에서 소실됐다"며 "미사일이 해상에 설정된 넓은 표적구역에 탄착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사후 분석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현무 2-C낙탄 사고도 8시간 후에서야 훈련 상황 사고라고 하더니 적의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한다고 큰 소리 친 에이태큼스도 행적을 알 수 없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고도 거짓말을 한 것이다.

 

최신 무기체계를 갖춘 초정밀 미사일이라는 군의 자랑거리가 한 순간 조롱거리가 된 상황이다. 같은 미사일로 미군은 정밀 타격했는데 우리군은 놓쳤다니 더욱더 납득하기 어렵다. 거기다가 누구도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로 거짓말로 포장했다. 핑계와 거짓말로 사태를 수습하려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위기이다.

 

세계 6위 군사대국은 무기체계 뿐만 아니라 군의 위기 대응력도 포함된다. 발사가 실패할 수도 있고 목표물에도 벗어날 수 있다. 소총으로도 영점을 잡기 위해서는 수많은 반복훈련이 필요하다. 하물며 육상과 해상에서 펑펑 쏴되는 북한 미사일의 원점 탐지 타격이 가능하려면 얼마나 수 많은 훈련이 필요한 것쯤이야 이해 못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원인과 결과를 정확히 분석해서 실전에 대응하면 될 일이다. 그러라고 훈련을 하는 것이다. 훈련 상황을 은폐와 거짓말로 대응한 군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어졌다. 무력도발에 상응하는 훈련의 기본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노출됐다. 그것도 지나칠 뻔 했다가 들통난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쇼하듯 마구 쏴대는 상황에서 우리군도 어느 나라 군 못지않게 대응할줄알았던 국민의 기대를 무색케했다. 이번 현무 미사일 낙탄과 에이태큼스 미사일 추적 실패는 북한의 미사일 대응에 얼마나 허점이 많은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국군의 날 영상으로 보여준 강군의 자부심에 먹칠을 한 셈이다. 정보통신(ICT) 강국의 이미지까지 구겼다.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군을 신뢰하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 특수한 지위에는 국민의 신뢰를 담고 있다. 어쩔 수밖에 없는 신뢰로 치부한다면 이번과 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 군은 국민의 신뢰로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 최첨단 무기체계마저 조작 미숙인지 훈련부족인지도 분간을 못하는 군의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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