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IRA와 통화스와프 립서비스보다 해법 내놔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지난 29일 방한 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미 관계 강화 방안을 비롯해 북한 문제, 경제 안보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85분간 의견 교환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당장 불거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피해가 우려되는 한국산 전기자동차 보조금 차별과 치솟고 있는 달러화 문제도 나왔다고 한다. 애당초 IRA사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되기 전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본국에 관련 사안을 전달한 것으로 보도된 만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 8월 한국에 방문했을 당시 꺼내야할 사안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휴가 중이어서 만나는 대신에 전화통화로 했다지만 적극 대응으로 한국산 전기자동차도 보조금 혜택에 포함시키도록 설득했어야 했다. 충분히 그럴만한 근거는 차고도 넘쳤다. 삼성, SK하이닉스, LG, 현대기아차그룹 등은 미국에 605억달러의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해외에 공장을 두고 있는 자국기업 본국 유치전략인 리쇼어링에 맞춰 한국의 주요 4대 그룹이 역대급으로 미국에 투자를 공약해서 올해만 3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캐나다가 미국에 투자해 1만개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보다 2만명이나 많았지만 캐나다는 북미산이라는 이유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주고 한국을 제외한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IRA이후를 보면 우리가 미국에 구걸하는 모양새이다. 지렛대조차도 활용할 줄 몰라서 생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니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에서 무능이 1위라는 답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또 있다. 치솟고 있는 환율 문제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금융 불안은 전적으로 미국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서 비롯되고 있다고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국은행 총재도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독립적인 기관이지만 미국으로부터는 그렇지 않다고 할 만큼 한국 금융시장은 미국의 금리정책과 연계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미국이 지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초강수를 둬 가며 금리 인상을 취하자 우리 금융시장도 금리 인상에 이은 환율 폭등과 주가 폭락으로 발작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에 신뢰할만한 금융뉴스와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블룸버그는 지난 25일자에 아시아에 25년 만에 ‘제2의 외환위기’ 불안이 드리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의 양대 축인 중국과 일본의 위안화와 엔화 가치 하락이 계속된다면 자본의 아시아 이탈을 가속화해 지난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했다.

 

아시아에 당연히 한국도 포함돼 있다. 중국의 경우 위안화의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7위안을 돌파했고, 엔화의 경우 150엔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심리적 저지선이 어느 선인지도 명확치 않다. 우리와 수출 경쟁상대국인 중국과 일본의 통화가치가 모두 떨어지고 있어 가격경쟁력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입가격만 부추기는 꼴이다. 수출보다 수입비중이 커가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화 폭등은 결국 무역적자 골을 깊게 할 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 유발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10월부터 가스 가격을 15.9% 올린다. 음식점과 목욕탕은 16.4-17.4% 인상이다. 다분히 음식가격과 목욕탕 입장료에 반영될 것이다. 정부가 감내할 수 있는 환율 저지선이 어느 수준인지에 대한 신호를 시장에 줘야함에도 무소식이다. 그러니 내국인까지 환투기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때는 전국민이 금을 팔아 달러를 모으자는 운동이 일었지만 지금은 달러를 투자수단으로 매입하는 전혀 다른 상황이 일고 있다. 무역수지로 나타나고 있는 실물경제 경고등에 이어 미국발 금리인상까지 복합적인 요인이 환율 폭등으로 대변하고 있다. 여기에 내국인들도 투기적 수요에 가세하고 있다. 아무리봐도 시장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상징적인 조치인 한미간 통화스와프 소식이 나와야만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도 한미 정상간 정상회담, 미 재무장관 한국방문 그리고 이번에 해리스 부통령까지 왔다갔지만 협의와 논의라는 말만 반복중이다. 한미 군사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방한한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의 철통같은 방위 공약을 재확인한 만큼이나 립서비스 보다 최소한 미국으로부터 벌어진 IRA 피해와 금리 인상 유탄을 맞고 있는 환율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고 갔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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