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조선 매각, ‘말뫼의 눈물’ 반면교사로 경쟁력 찾아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유상증자방식으로 2조 원대에 매각협상을 본격화 했다는 소식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한화그룹간 매각협상은 빠를수록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막고 조선업간 경쟁력 제고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화그룹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한화 6개 계열사가 대우조선해양 주식 1조443만8643주에 대해 주당 1만9150원, 2조1만3450원의 제 3자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분 49.3%를 인수한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상황으로 볼 때는 이 가격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대우조선해양을 유지하기 위해 쏟아부은 혈세가 10조원 규모이고 여전히 누적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조선산업의 중복 과잉투자에다 저가 수주경쟁으로 수주 순간부터 적자가 빈번히 발생했다. 여기에다 공급망 차질에 따른 원자재값 급등은 적자의 골을 더 깊게 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공적자금 투입이 없었다면 이미 대우조선은 공중분해됐어야 맞다. 대우조선 아니라도 국내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등이 잠수함, 특수선, 해양플랜트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조선소끼리 출혈 경쟁중이기 때문이다.

 

공멸을 부추긴 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었다. 이들 국책은행은 조선소의 일자리 보전을 위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로 지난 23년간 혈세를 투입해 대우조선을 유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서는 해외시장에서 국내 조선소끼리 출혈경쟁으로 원유시추선 등 해양플랜트 저가 수주경쟁으로 한때 공멸의 위기를 맞이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대우조선 매각 문제는 조선 산업 재편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 국내 조선소별 특화 전략으로 국내 조선소끼리 저가 수주경쟁을 피하는 조선산업 개편전략이다.

 

삼성그룹이 방산분야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한 전례도 있다. 이번에 한화그룹이 6개 계열사를 동원 대우조선 인수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시너지 효과이다. 한화그룹은 육상에서 연이은 방산수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해상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높인다면 한화도 살고 대우조선도 건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대우조선 노사는 상생의 길을 찾는데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 한다. 지난 23년 버텨온 건 국민의 혈세 덕분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혈세가 아니었다면 대우조선도 ‘거제의 눈물’로 기억됐을지도 모른다. 지난 1987년 세계 최대 조선소를 자랑했던 스웨덴 말뫼시는 코쿰스 조선소가 파산하자 이 조선소를 폐쇄하고 그 자리에 첨단 기업과 대학을 유치하기로 했다. 그 때 조선소에 남아있던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로 매각했고, 현대중공업은 2002년에 이를 해체, 운송해서 울산조선소에 조립해서 각종 선박을 건조중이다. 당시 코쿰스 조선소의 거대한 골리앗크레인이 해체돼 현대중공업으로 운송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말뫼 시민들이 흘린 눈물을 ‘말뫼의 눈물’이라고 회자되고 있다. 지금 대우조선은 코쿰스 조선소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한화그룹이 나서서 생존의 길을 찾겠다고 한 만큼 대우조선 노사는 그 생존의 길에 앞장서서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한편 정부와 채권단은 한화그룹에 대우조선을 매각시 조선 산업 구조개선에 대한 상호간 조정에 나서야 국내 조선소끼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공급과잉의 산업정책이 빚은 결과의 하나가 대우조선인만큼 주인을 찾되 또다시 중복경쟁을 부추기는 매각이어서는 안된다. 그럴바엔 말뫼시의 예를 따르기를 바란다. 조선소를 해체하되 그 자리에 해양강국에 필요한 강소기업과 대학을 유치해서 또다른 해양산업단지를 육성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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