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경제, 미국 기침에 폐렴 대응책 세워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흔히 미국과 한국의 경제 연관성을 말할 때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독감 걸린다‘는 말을 비유하곤 한다. 대미 경제 경제의존도가 높았던 시절 자주 인용하곤 했다. 지금은 수출입 면에서 대미 의존도가 낮아졌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은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폐렴으로 이어질 상황이다. 무역적자,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이 난마처럼 얽혀가고 있지만 쉽게 풀릴 가능성은 희미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한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한은의 통화정책이 한국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 통화정책을 우리만의 경제상황을 봐서 결정할 수 없는 구조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제동향과 금리정책에 따라 변동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총재는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현재 미국 상황을 보면 연말까지 거침없이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보여 한국은행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미국은 연말까지 3번, 한국은행은 연말까지 2번의 금리 인상 여지가 있다. 현재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2.50%이지만 미국이 오는 21일에 이어 연말까지 3차례 금리 인상을 할 경우 한미간 금리 격차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은 예상밖의 물가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이번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0.75%나 1% 금리 인상도 불사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당장 한미간 금리가 역전된다. 가뜩이나 미국 달러화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간 금리 역전은 달러값을 더 부채질 할 수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등이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9월에 이어 연말까지 3차례 금리 인상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금리는 돈값인 만큼 미국 돈인 달러값 폭등을 부추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달러당 1500원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한은 총재는 지난 7월 금리 인상 후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 “지금 상황으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미국이 이번 21일 자이언트스텝(0.75%)이나 울트라스텝(1%)을 선택할 경우 10월, 11월 두 차례 금리조정 회의에서 최소한 빅스텝 또는 자이언트스텝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가뜩이나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서 무역적자폭이 깊어지다 못해 9월까지 누적 무역적자 규모가 300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미국의 금리 정책에 따른 달러값 폭등은 물가와 더불어 무역적자에 삼중고를 몰고 올 수 있다.

 

문제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무역적자 등 금융경제라는 복합위기에 대책은 속수무책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의 금융 정책과 최근 잇따라 밝히는 수출입 정책이라는 기침에 한국 경제는 거의 폐렴 수준으로 위기가 몰려오고 있는데도 예방약을 찾을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다. 한국 경제가 어느 순간 하늘만 봐야 하는 천수답 꼴이다.

 

경제팀은 입이 있으면 그렇지 않다고 행동으로 답할 차례이다. 윤석열 정부처럼 능력과 자질을 자랑했던 정권도 없을 것이다. 출범 4개월 만에 경제성적표는 몇십년만에 또는 통계작성이후 무역적자와 고물가, 고환율 이라는 양가 수준이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와 무관하지 않다. 위기에 대응하는 대책반장은 없고 위기인지조차도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들만 골라 쓰는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미국발 기침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경제 백신 대책에 골몰하고 조치에 나서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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