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만시지탄이지만 재난대응매뉴얼 전면 재검토 바람직하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태풍 힌남노가 할 퀴고 간 포항과 경주지역 피해상황을 점검한 윤석열 대통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서 "재난 대응 매뉴얼을 전면 재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태풍과 폭우 그리고 산불 등 재난으로부터 소 읽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이번 힌남노의 경우 외양간을 제대로 고친 지역은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 했다는 점에서 재난 대응 매뉴얼의 전면 재검토 인식은 바람직해 보인다. 매년 당하는 자연재난이 그 강도와 피해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재난 대응 매뉴얼도 달라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와 휴대폰도 2년이 멀다하고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판에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예측 불허한 가운데 돌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 재난 뿐만 아니라 군사와 외교 등의 현안에 대해 종합적인 국가위기관리센터 대응 체계를 구축한 것은 지난 2003년 때부터 였다. 2003년 3월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사무처 위기관리센터로 출발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났지만 국가위기관리센터 기능은 정권 따라 들쭉날쭉 그 기능이 변질돼 왔다. 노무현 정부때 구축된 위기관리센터는 이명박 정부때는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비상경제상황실로 불려지기도 했다.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뭔 경제위기를 대응한다는 이야긴지 알다가도 모를 명칭이었다. 구축당시는 자연 재난부터 국방과 외교 등의 모든 상황을 대응하는 국가위기관리센터였지만 정권의 관심도에 따라 그 존재감은 초기 구축 때와는 달라졌다. 그나마도 청와대 지하벙커에 있었던 그 많은 위기대응 관련 시스템도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는 바람에 20년동안 기능도 끝난 셈이다. 우리가 쓰는 휴대폰도 기술변화와 통신 수단 변화에 따라 수 없이 기기도 변화하는 마당에 당연히 국가 위기에 대응하는 매뉴얼과 대응도 어쩌면 실시간으로 진행돼야 위기에 빛을 발휘할 수 있다.

 

이번 힌남노가 덮친 태풍과 폭우로 포항제철을 포함한 포항 일대가 침수되자 주둔지역인 해병대에서 수륙양용장갑차를 투입해서 인명구조에 나선 것처럼 자연 재난에는 때론 군까지 동원해야할 입체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특정 지자체나 정부 부처가 아니라 가용하는 모든 자원을 종합적으로 투입하는 대응방식이다. 이 때 필요한 게 이를 통합적으로 지휘하는 대응체계이다. 이 기능을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해왔지만 명칭 변경과 함께 존재감마저도 잊혀졌다.

 

이를 다시 일깨운 게 윤 대통령이라서 주목하고자 한다. 다만 윤 대통령이 힌남노 이후 상황점검 회의 때 지적한 ‘재난 대응 매뉴얼 전면 재검토’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유형의 재난을 가정한 재검토여야 한다. 연이은 폭우와 태풍속에서도 상습 침수지역인 신월동 일대는 빗물저장소 구축으로 침수를 막았고 마산과 울산지역도 차수벽을 설치해 태풍과 폭우로부터 침수 피해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소를 잃었지만 외양간 고치는데 소홀하지 않은 대응 덕분이었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소 뿐만 아니라 외양간을 모두 지키는 개편으로 가야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일부 해당지역에 해당하지 않는 국가적 차원의 협업이 함께 해야 가능할 수 있다. 태풍과 폭우 그리고 산불이 스쳐지나갈때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시 많게는 수조원의 재해가 발생한다. 사전 예방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계량화된 수치이다. 기왕 말이 나왔으니 재난 대응 매뉴얼을 범정부차원에서 꼼꼼하게 점검해서 한 발 앞선 체감할 수 있는 신 매뉴얼로 재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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