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격의료 효과 확인했으면 이젠 제도화로 정착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코로나가 때 아닌 의료산업에 일대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대형 종합병원을 가지 않고도 가까운 동네 병원에서 치료와 처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감염자뿐만이 아니라 비감염자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코로나가 확산된 지난 2년여 동안 비대면 처방의 80%는 동네의원이었다고 한다. 처방된 질병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기관지염, 비염, 역류성 식도염, 치매 등이다. 처방된 질병의 경우 우리 사회 고령화와 무관하지 않는 현상일 수도 있다. 앞으로 이같은 질병의 비대면 처방은 더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의료 정책이 환자 편의성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으로 보인다. 정부와 의료계가 고민한 할 게 아니라 당장 실행해도 늦지 않다. 이미 코로나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시행한 결과 시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정부도 내년 하반기까지 동네의원 중심의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하겠다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혹시 모를 후유증은 없는지 더 꼼꼼하게 살펴서 의료계의 동의를 이끌어내도록 해야 한다. 그간 의료계는 갖가지 부작용을 이유로 입법 저지에 사활을 걸었지만 코로나 사태는 원격의료는 기우였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원격의료가 법제화되지 않은 곳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6개국밖에 없다고 한다. 5G 세계최초 상용화 등 숱한 수식어를 갖고 있는 우리의 정보통신기술(ICT)이면 그야말로 마음만 먹으로 면 식은 죽 먹기다. 이미 관련 원격의료에 필요한 앱 등이 개발돼 한시적 기간 동안 증명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김욱 건국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에게 의뢰해 진행한 '중국 원격의료 산업의 발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는 우리도 당장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휴대폰과 모바일 기기 천국인 중국은 휴대폰에 탑재된 앱으로 모든 게 가능할 정도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14년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이후 2019년 의약품 온라인 판매, 2021년 국가 장기발전 전략에 원격의료 산업 육성을 포함시키는 등 원격의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이렇게 한 결과, 중국의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6년 전보다 8.5배 신장한 346억9천만위안(약 6조7천570억 원)에 달했다. 원격의료 이용자 수도 2021년 7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의 휴대폰과 모바일 기기 사용인구가 한번쯤 이용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중국은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뿐 아니라 원격 환자 모니터링, 온라인 의약품 판매, 원격 플랫폼을 통한 의사의 수술 참여 등도 가능하다고 한다. 중국이 내연기관차의 열쇠를 뒤짚기 위해 전기차로 방향을 선회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산업의 혁신을 통해 미래산업을 열어가는 것이다. 휴대폰과 모바일 기기 이용 인구를 겨냥한 과감한 의료서비스 도입이다. 중국은 길거리 거지도 큐알코드로 구걸할정도로 온라인 모바일 기기 천국이다. 거지도 고객을 위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하물며 국가 정책이 이 보다 뒤처져서야 되겠는가. 실용을 선택한 중국 의료당국을 벤치마킹할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의료법상 의료인 간 원격 자문만 가능하고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원격수술, 온라인 의약품 판매가 모두 불가능하다. 가능한 상황인데도 법이 문턱을 여전히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욱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2020년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 이후 총 352만 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고, 비대면 환자의 약 67%가 거동이 불편한 50대 이상으로 나타나는 등 원격의료의 필요성이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고령화의 현장을 목격하고도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굳이 병원까지 찾아가는 불편함을 해소시키는 것도 의료진과 보건당국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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