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인플레 감축법' 나부터 살자였다...우리에겐 반면교사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미국이 한국에 갖가지 동맹을 요구한 건 우선 나부터 살자 였다. ‘칩4동맹’은 중국 따돌리기였고, 이어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산 전기차가 아니면 보조금(전기차 세금혜택)을 줄 수 없다 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함에 따라 당장 이날부터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만 올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현대기아차는 한국내 생산이라 제외됐다. 현대기아차가 미국내 공장을 준공해서 생산하기까지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방한 시 오자마자 평택 삼성반도체 공장을 들렀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도 지난달 오자마자 엘지화학을 우선 방문할 때 미국이 정말 우리를 우방으로 대하는 줄 알았지만 미국에 삼성, 에스케이(SK), 엘지, 현대기아차 등이 수백조원을 투자해준데 대한 인사치례였다.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골자를 보면 미국은 맹방이니 혈맹이니 립서비스를 하면서도 돌아서서 뒤통수치는 격이다. 저잣거리에서 욱하고 싸움할 때 단골로 쓰는 너 죽고 나 살자 식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강국 한국을 지렛대로 삼아 중국을 따돌리려는 꼼수를 너무 쉽게 그리고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게 미국식 동맹이다.

 

미국은 지난 1979년 적국인 중국과 수교를 하면서 대만과 단교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국가라는 ‘하나의 중국(one china policy)’원칙을 인정하면서도, 미국 국내법으로 대만에 무기 공급과 대만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만관계법(1979)’을 통과시켜 유사시 언제든 대만에 “자동 개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지난 2017년 대만안전법을 들어 미국과 대만간 무기교역, 2018년 대만여행법에 따라 미국 공직자 대만연행 자유화, 2018년과 2019년 국방수권법으로 미 군함 대만 정박의 법적근거를 마련하더니, 2019년 국방부 보고서에 대만을 국가로 언급했다. 한발 더 나아가 2020년에는 대만보증법으로 대만에 무기판매 정례화에 이어 올해는 국무부 홈페이지에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문구 삭제했다고 한다. 지난 1962년 마치 소련이 미국 바다건너 코앞인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대만과 쿠바는 중국과 미국의 바다 건너 코앞에서 마주보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영원한 건 없다는 진실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항일 투쟁에선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함께 했지만 한반도를 분단시키고 625때는 인민해방군을 파병해서 한반도를 유린하더니 한중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올해로 한중 수교 30년을 맞았다. 한중은 그 30년 사이 미국을 제치고 우리 대외교역 25%를 중국과 하고 있는 경제는 중국과 함께라는 경중(輕中)이라는 밀월시대를 함께 하고 있다. 한때 밀가루부터 생필품까지 미국의 원조를 받아야 했던 한국은 이제 미국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1년에 조원 규모로 내고, 삼성과 SK, 현대기아차, 엘지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은 미국 기업보다 더 공격적으로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더 투자를 요구한다. 안하면 관세로 그리고 이번처럼 보조금으로 패널티를 준다. 미국식 기준인 미국산 먼저인 아메리칸 퍼스트, 바이 아메리칸이다. 그러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외친다.

 

우리는 원자재를 해외로부터 수입하지 않고서는 자동차도 반도체도 선박도 만들 수 없다. 우리가 필요한 어떤 원자재도 나라와 국경을 초월해서 교류해야 가공하고 만들 수 있다. 어느 나라와도 무역에 장벽을 둘 수 없는 나라이다. 그런 한국에 대해 어느 나라와 무슨 원자재를 교류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건 협박과 겁박이지 동맹국이 주문할 사항은 아니다.

 

지금 미중간 노골적인 대한 견제는 우리가 왜 킬러 콘텐츠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나마 킬러 콘텐츠라 할 수 있는 반도체와 배터리가 아니었으면 한국의 존재감은 없을지도 모른다. 왜 우리가 기술 자립과 자주 국방이 필요한지 지금처럼 실감나는 적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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