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로에 선 경찰...민중의 '지팡이'와 '몽둥이' 사이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군으로 치면 연대장(대령)들이 나섰다. 국가 치안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는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들이 윤석열 정부의 경찰관련 정부조직법 시행령 움직임에 집단 반발을 하고 있다. 지방 군 단위급 치안 총책이라 할 수 있는 총경들이 나서 이처럼 정부조직법 개정에 문제점을 제기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같은 공권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검사와 판사들은 조금이라도 자신들과 관련된 법령 개정의 소지와 움직임에 수시로 집단 회의를 개최해서 익숙한 상황이라 이번 총경들의 내부 회의 모습도 응당 같은 취지로 보인다. 검찰 수사권 배제를 골간으로 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에 대해 검찰은 각종 검사회의를 잇따라 열었고 심지어는 검찰총장이 이에 항의해 사표를 냈기 때문이다. 불과 수개월 전 이야기다.

 

그런데도 이번엔 달랐다. 전국 총경 회의의 좌장을 맡은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이하 유 총경)은 회의이후 수시간만인 지난 23일 밤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로 대기 발령됐다. 보직 해임이다. 회의장소가 경찰인재개발원에서 합법적으로 주말에 열렸는데도 류 총경은 중징계조치를 당했다. 주말인 토요일(23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 대한 내부 의견을 논하는 자리에 정부가 나서 초강수로 대응하는 게 맞는지 의아할 뿐이다.

 

이번 총경 회의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까지 나설 일은 아니라고 본다. 경찰은 현대사에 국민 탄압의 앞잡이라는 멍에를 벗어나기 위해 내무부(현 행정안전부)로부터 소관 사무를 벗어나기 위해 지난 31년간 눈물어린 몸부림을 쳤다. 지난 1991년 경찰위원회에서 1999년 국가경찰위원회로 독립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옛 내부부 장관 지휘 통제속으로 회귀시키려는 윤석열 정부의 조직개편안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누가봐도 국가경찰위원회는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해 믿을만한 통제장치를 갖고 있다.

 

국가경찰위원회는 경찰을 행정안전부로부터 독립된 지위에서 경찰이 스스로 치안정책을 수립·집행하고, 예산편성권을 갖는 합의제 국가기관이다. 독립된 국가기관으로서 경찰예산 편성권을 갖고 스스로 치안정책을 수립하며 경찰업무와 경찰행정 제반문제의 처리기준에 대하여 심의·의결한다. 국가경찰위원회의 조직 구성을 보면 국가의 중립적인 통제하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위원장을 포함하여 7인의 위원중 4인은 국회의장과 대법원장에 의해 각 2명씩 추천되고 위원장과 상임위원을 포함한 3인은 국무총리에 의해 추천된다. 위원장은 국무회의 참석이 허용되고 상임위원은 차관급의 정무직(政務職→정무관)으로 보임되어 인사 전횡을 막는 역할을 담당한다. 경찰위원의 임기는 3년이며 연임할 수 없다. 이런 국가경찰위원회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자기 밑에 자문기구로 두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번에 시도하려고 하는 행정안전부내 경찰국은 경찰 관련 중요 정책·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임용 제청과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 위원 임명 제청, 경찰위 안건 부의, 자치경찰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한다. 옛 내무부 치안본부를 부활하겠다는 속내나 다름없다.

 

그 옛날 내무부 치안본부는 온갖 고문과 조작의 산실이 아니었던가. 지난 1987년 1월 14일,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언어학과 3학년 박종철 학생이 경찰에게 연행되어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각종 고문을 받다 죽자,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고 당시 강민창 치안본부장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은폐한 사건을 상기시킨다. 전두환 군부 정권때 일이다. 소름이 돋는 건 판사 출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번 총경 회의를 전두환 정권의 하나회 쿠데타를 연상시킨다는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전두환 정권 하나회는 육군사관학교 출신들로 구성된 군부 특정집단이 총과 탱크로 무장한 체 상관들을 난사하고 광주학살을 한 주동세력이었다. 그런 하나회를 주말에 반공개적으로 비무장으로 회의를 한 것을 두고 하나회에 비교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여의도 관가에는 지금 좌동훈 우상민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좌측에는 법무부장관 한동훈, 우측에는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이라는 것이다. 왜 윤 대통령 좌우에는 검사와 판자 출신 장관들이 핵심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경고의 소리로 들린다.

 

좌우에 누가 측근으로 있다는 소리는 협객시대 두목이 졸개중 똘똘한 이를 좌우에 두는 것을 일컬었다. 윤석열 정부가 협객정부는 아니지 않는가. 뉴스로 보도되는 상황을 보니 경찰도 조직의 명운이 달린 사안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내부무 치안본부시절 탁쳤더니 억 하고 쓰러졌다고 거짓말을 일삼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결의로 여겨진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와 ‘민중의 몽둥이 길’ 중 어느 길로 가야할 길인가의 선택의 기로에 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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