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어스테핑 소통, 신뢰 떨어뜨리지 말아야

그 의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신중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윤석열 정부 들어 이전 정부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 중 하나라면 대통령 출근시 기자들과 약식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도어스테핑이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출근길에 간밤에 국내외에서 일어난 정책사안에 대해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소통 길로 보이고 있다. 취임이후 50여일 동안 가진 도어스테핑 횟수만으로 볼 때 역대 정부가 재임기간중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신년기자회견 또는 특별기자회견건보다 이미 앞서고 있다. 다양한 질문에 즉답이 자연스럽게 오가고 있다. 문제는 소통은 좋아보였지만 그 소통 속에 정부 정책집행에 대한 불통이 여과없이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뒤집기이다. 정부 부처가 발표했는데 대통령이 출근길에 그게 아니라는 식이면 정책에 대한 불신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적어도 정부 부처 장관이나 산하 기관장들이 공식 발표한 사항이라면 대통령의 결재후 발표된 것으로 본다. 대통령이 출근길에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 어떻게 보겠는가.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간에 불통하고 있다고 고백하는 격이다. 도어스테핑 횟수가 늘면서 크고 작은 번복건수도 늘고 있다. 태산처럼 무거워야 할 대통령의 입이 가볍게 비쳐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경찰 고위직인 치안감 인사를 놓고 경찰과 행정안전부가 벌인 인사 번복사태에 대해 국기문란이라고까지 지적했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주 52시간제 개편 등 노동개혁안 발표에 대해서는 정부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뒤집었다. 새 정부가 집권 초기에 쏟아지는 정책방향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시행착오라고 이해하고 싶지만 이런 식이 반복되면 불신을 자초할 수 있다. 조율 안 된 어설픈 정책을 툭 던지듯 발표했다가 번복하는 일은 공직의 기강 문제이고 윤 대통령이 지적한 국기문란에 해당한다.

 

지난주 벌어진 일을 보면 그렇다. 지난 21일 경찰이 치안감 28명의 인사를 발표했다가 불과 2시간 뒤 이중 7명의 보직을 수정한 인사를 다시 발표했다. 대통령실 기자들이 이를 지적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답변했다. 최종 결재권자인 대통령이 결재 전에 경찰과 행정안전부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그럴 수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이 대통령 결재 전에 인사를 공지해 이 사달이 났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 측은 경찰청이 올린 인사안과 다른 수정안이 행정안전부에서 내려와 이를 발표했는데 2시간도 안 돼 2차 수정안이 내려왔다고 반박했다. 경찰과 행정안전부 입장을 보면 국기문란처럼 보인다. 그렇더라도 대통령의 입에서는 그런 표현을 쓰지 말았어야 했다. 혼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윤 정부의 개혁과제중 하나인 노동개혁분야에서도 불거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노동개혁안에 대해 “정부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이 아니다”라고 기자들에게 답변해, 장관 말을 뒤집었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표가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니 기가 막힐 뿐이다. 대통령실 기자들이 밤새 벼르고 별러서 송곳질문을 하는데 대통령은 지나가는 말처럼 답변하는 식이라면 뒷감당할 사람이 없다. 대통령은 정책과 대책의 최종 결정권자이기 때문이다.

 

국민과 언론의 소통창구로 내세운 도어스테핑이 스스로 신뢰와 격을 떨어뜨리는 악수가 아니기를 바란다. 도어스테핑이 아무 말 대잔치처럼 들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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