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각국 식량 자원화 조치 농수산정책 되돌아볼 신호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낳은 피해는 생명 뿐만 아니었다. 세계 밀 수출 25%를 차지하는 두 나라간 전쟁이 밀 공급망을 교란시키자 이번에는 밀수출 세계 2위국가인 인도가 전격적으로 자국 밀값 폭등을 내세워 밀 수출 금지에 나섰다. 밀뿐만이 아니었다. 세계 식용유중 팜유 수출 1위국가인 인도네시아도 팜유 수출금지령을 내렸다. 수출로 자국의 팜유 값이 폭등하자 내린 조치이다. 우선 우리부터 살고보자는 먹을거리 안정책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 중 하나인 국수와 라면 그리고 빵 등 밀과 팜유관련 식품이 값이 소리소문 없이 메뉴판에서 고공행진중이다. 단골 빵집에서 가끔 사는 식빵이 지난해까지 8천원에서 올해부터 1만2천원으로 4천원이나 올랐다. 30%나 폭등한 셈이다. 식당도 예외는 아니다. 서민주라 할 수 있는 막걸리도 장수막걸리의 경우 3천원에서 4천원으로, 지평 막걸리의 경우 4천원에서 5천원으로 각각 올랐다. 수입쌀이라는 표시가 있는 장수막걸리와 국내 쌀이라는 지평막걸리도 예외가 없었다.

 

인도가 16일 전격적으로 밀 수출금지를 밝히자 국제 밀 선물가격은 5%나 급등했다고 한다. 세계 1위와 2위 밀 수출 국가들의 공급망 불안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곡물자급률이 낮은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0년 기준 주식인 쌀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이 20.2%지만 쌀을 제외하면 3.2%라고 한다. 빵과 국수 그리고 라면 등 주재료인 밀·옥수수의 자급률은 각각 0.5%, 0.7%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이다. 식량안보지수 순위는 지난해 32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이젠 먹는 것까지 근심해야할 상황이다. 핵미사일보다 당장 연명해야하는 빵과 라면값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자동차 등 생산차질만 대란이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하루하루 연명해야할 식량 공급망 차질이 물가의 주범으로 부상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이다.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인 애그플레이션이 각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곡물 수출국이 공급망에 이상 차질을 빌미로 서둘러 빗장을 잠그고 자국 식량문제 해소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쌀 이외에 대부분의 곡물을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 농수산 정책이다. 산과 논 그리고 밭을 생업으로 하는 농산촌인구 소멸화와 농지 면적의 꾸준한 감소추세까지 설상가상이다. 농사가 천하의 근본이라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농번기때 논두렁 초입에 깃발로 나붓겼지만 사라진지 오래이다. 국토의 63%가 산지임에도 산림을 녹화에만 치중하는 산림정책이 전부였다. 산림을 곡물과 대체작물의 보고라는 자원화에 대비하지 못했다. 국토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산림경영에 대한 국가 전략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비빔밥 등 한식으로 대변되는 케이 푸드(K-Food)의 주요 재료들이 산림 쪽에서 채취하는 나물류라는 점에서 농수산 정책의 일대 혁신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예측할 수 없는 곡물파동에 대비한 식량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식량자원화 차원에서 살펴봐야할 시점이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 농사가 천하의 근본임을 깨닫게 하는 각국의 식량 자원화에 우리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식주에서 먹고 살아야하는 식이 우리가 당면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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