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정부 내각을 보니 토사구팽으로 끝난 협치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의 역할도 동시에 끝난다. 사냥터에 우물쭈물 남아있다간 토끼처럼 오히려 삶아지는 사냥개 꼴난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다. 고난 때 동지라도 영화를 함께 누리지 않는 세태에 등장하는 말이다. 멀게는 중국 고대부터 전한시대까지의 역사를 기술한 사마천의 ‘사기’와 요즘 KBS 드라마에서 방영하는 이방원 편도 그렇다. 결국 권력은 제왕의 몫이지 나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 1차 내각 총리부터 장관후보자들의 인선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당초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마지막 대선 TV토론을 끝낸 직후 심야회동을 통해 공동정부를 약속하고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는 것으로 극적인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를 믿은 지지자들 덕분에 0.73%라는 신승에 가까운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공동정부를 기대했던 건 윤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윈회 위원장 역할까지 이었던 것 같다. 안철수 위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인수위에 참여한 이태규 의원은 돌연 사퇴했고, 안 위원장도 정부 각료 추천을 한 사람도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대놓고 “인사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일축했다. 1차 내각 후보자들을 볼 때 안 측 인사들중에도 인사원칙에 부합할 사람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거부의사를 딱 잘라 말하는 모양새이다. 여기까지라는 말처럼 들린다.

 

섣부른 예단일지는 몰라도 공동정부와 공동 정부내 협치는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내 사람 챙기기에 안 위원장쪽 사람들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 정부의 인사 검증과 원칙은 법무부가 판단의 잣대를 쥘 것으로 보여 더욱더 문턱은 높아질 전망이다. 인사검증이 과거 민정수석실에서 법무부로 이관되기 때문이다. 민정수석실은 폐지되고 그 기능을 법무부가 대신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윤 당선인 최측근인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발탁한 것을 보면 그렇다. 공동정부와 협치는 공염불이 됐다고 봐야 한다. 내 맘에 안 들면 얼마든지 구실을 찾을 수 있는 검증절차를 최측근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대선 1주일을 남겨놓고 맺은 약속도 약속이다. 하물며 그 약속 덕분에 정권을 잡았다. 그것도 국민이 지켜보는 약속인데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건 앞뒤가 안 맞은 말이다. 말이 자꾸 달라지면 불신이라는 틈이 생긴다. 윤 정부 출범도 전에 약속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상황이다. 공동정부는 동상이몽이었을지도 모른다.

 

인사원칙의 눈높이는 국민의 눈 높이어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맞고 안 맞고는 국회 청문회 절차를 통해 또 한 번 검증절차를 거친다. 최소한 그 청문절차 기회를 주는 게 공동정부의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봤지만 탑승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인사권 공유는 윤안 공동정부의 상징과도 같았지만 윤 정부로 정리된 것 같다.

 

토사구팽도 있지만 새옹지마도 있다. 나섰다가 멸문지화를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서지 않아 오히려 가족을 지키는 경우이다. 역사를 보면 눈치 빠른 이들은 산속 깊은 곳으로 숨어버렸다. 같이 하자고 해도 낙향을 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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