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에 현미경 달아 암 조기진단 나선다...그린스펙 내년 상용화

그린스펙, DGIST, 고려대, 오송첨단의료기기지원센터 등 내시현미경 공동개발
연간 사망원인 1위인 암(8만명) 국내기술로 조기진단 도전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선임기자 |  지난 1919년 전세계를 강타해 약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Spanish flue).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것 같았지만, 거의 100년 뒤인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감염병(communicable diseases) 재난이 얼마나 위험한지 여실히 실감하고 있다. 

 

때문인지 온통 감염병 치료 혹은 예방 백신 등에 많은 바이오기업이 뛰어들고, 정부 예산도 이곳에 몰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에서 '쏟아내는' 감염병 관련 예산이 워낙 많아서, 그 예산을 못 받으면 바이오기업이 아니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좀더 과학적 근거에 의해 따져보면, 우리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연구개발(R&D)이 돼야 하는 것은 바로 비감염병(non-communicable diseases) 분야다. 특히 그중에서 바로 암에 대한 연구다. 통계청이 매년 9월에 내놓은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인구(5150만명) 중에서 30만여명이 사망했고, 이중 사망원인 1위은 암(8만2000여명)이다. 

 

2위인 심장질환(3만2000여명)보다도 2배 이상 많고, 자살(1만3000여명)에 비해서 6배 이상이고, 코로나19로 인한 지난 1월 이후 지금까지의 사망자수(2400여명)에 비해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셈이다. 바꿔 말하면, 암 예방 및 치료에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방증이다. 

이런 가운데 초기 암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확인해, 조기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묵묵히' 연구하는 기업이 있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그린스펙(대표 김병진)이 그 주인공. 위암과 대장암 등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내시현미경(endomicroscopy)를 개발 중이다.  

 

기술의 벽이 문제지, 원리는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가 건강진단을 받을 때 쓰는 일반 내시경 카메라를 현미경 수준으로 고도화해, 진단시 내시현미경으로 특정 부위 세포까지 확인한다면 암 세포 여부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해 이를 조기에 제거 및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그 원리다. 

 

물론, 여기에는 단순히 현미경 기술만을 넣은 것은 아니다. 각종 의료정보와 인공지능기술을 결합해 한 번의 내시현미경 촬영을 통해, 보다 안전하게 정밀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박준호 그린스펙 연구소장은 "현재는, 위 내시경 촬영을 하면, 먼저 검진자의 위를 내시경으로 보고,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조직 검사를 해서 암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현재 개발 중인 내시현미경을 활용한다면 속도감 있게 진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 과제로 선정돼 현재 진행 중인 이번 프로젝트는 그린스펙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제너럴옵틱스(대물렌즈 제작), DGIST(인공지능 기반 진단), 고려대학교(동물실험 임상), 오송첨단의료기기지원센터(성능 평가 분석) 등이 각각 공동 참여 중이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기술이 처음 개발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내시현미경을 개발한 업체가 외국에 있지만, 가격 측면에서 매우 비싸 시장성이 맞지 않다고 한다.  김병진 그린스펙 대표는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해 국내에 보급되고, 이를 통해 세계시장에도 진출하는 게 목표"라면서 "아직 넘어야 할 단계가 많기 때문에, 현재로선 주어진 계획에 따라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내년 1분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생산시설에 대해 GMP(Good Manufacturing Process) 품질검사 승인을 받아야하고, 2분기에는 제조허가 신청 및 획득, 의료기기 인증, 임상실험 등이 남아있고, 3분기에는 국내상용모델 및 해외용(중국, 미국, 유럽) 모델을 출시하는 등이 여정이 남아있다. 물론, 이것도 계획대로 될 때의 이야기이고, 중간중간 궤도수정이 이뤄지면 늦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2006년 설립된 그린스펙은 당초 김대표가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았던 반도체 장비 및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출발했다. 이후 자동화, 광학, 영상 분야로 범위를 넓혀가면서 현재 의료기기 분야에서 이처럼 협업을 통한 '융합 진단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실 저는 의료 분야는 문외한"이라고 겸손해하면서 "중요한 것은 이런 각각의 분야를 그간 제가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여러 분야의 기술을 한 데 모아, 우리 국민 건강증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하나의 완성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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