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美中 대화선택...'손해'라는 길 피했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미국과 중국이 서로 화해의 손짓을 내밀었다. 주변국을 총동원해 상대국을 봉쇄하는 듯한 외교 전략에서 벗어나 다방면의 대화 채널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다. 미국은 그 신호탄을 올해 초부터 쏴올렸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테슬라, 애플,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수장까지 중국 방문이 이어지다 어제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틀간의 중국 방문 중 시진핑 국가주석을 예방했다.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건 5년 만이고, 블링컨 장관이 시 주석을 면담한 사진을 보면 중국이 요청해서 만난 것 같지 않다. 양국 외교 수장들이 시 주석에게 보고하는 자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그 자리에서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지금 국제사회는 중·미 관계의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양국이 충돌하고 대립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중·미 사이에서 한쪽 편을 드는 것을 꺼리고, 중·미의 평화 공존과 우호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의 이익을 존중하며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마찬가지로 미국도 중국을 존중하고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중 마찰이 지난 5년간 언제 그랬냐는 모습처럼 비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출신이자 현 재무장관인 재닛 옐런은 지난 13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미·중 무역 분쟁에 있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분명히 있지만, 디커플링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미국인들은 중국에서 생산된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면서 큰 이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의 무역을 중단하는 것은 “재난(disaster)이 될 것”이라고 말해 미·중 관계가 편 가르기식이 될 수 없음을 상기시킨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이 시 주석을 면담하는 사진 속에서도 엿볼 수 있다.

 

미·중 관계 회복의 기미를 눈치챈 일본은 재빨리 중일 정상회담을 타진하고 있다는 뉴스이다. 미국 없으면 못살 것처럼 친미 베팅외교 전선에 앞장선 일본도 언제 그랬냐는 듯 중국에 정상회담을 타진하고 있다. 일주일 사이 미·중과 중일 사이를 보면 외교는 고립이 아닌 대화와 타협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이라는 시장과 결별하고서는 독자 행보나 고립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선진 7개국도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이 아닌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겠는가. 유독 우리 외교만 마치 단절해야 할 상대국인 것처럼 사사건건 부딪치는 말싸움을 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주재국 대사를 지적질하고 삿대질하는 외교적 고립을 자처했다. 미·중 물밑대화가 수면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보니 고립 외교로 치닫는 모습에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큰형님을 믿고 이웃집 형에게 삿대질했지만, 그 큰형님과 이웃집 형은 친구처럼 지내자고 만났기 때문이다.

 

중국이라는 시장도 또 그 국제적 위상을 감안하더라도 우린 대화와 타협의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 미국도 중국을 통한 북한 전략을 구하는 판국에 우리만 모 아니면 도라는 몰빵 외교술을 펼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중국은 북한이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할 수 있는 '특별한(unique) 위치(역할)'에 있다”며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중재적 역할을 촉구했다. 미국도 북한을 대화의 채널로 유도하기 위해 중국을 지렛대 삼는 상황이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북한과 대화 채널 재개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오는 2030년 부산 세계엑스포 유치를 위해서는 중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2030 세계엑스포는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 3국이 경쟁하고 있지만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로 압축되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밀착하고 있지만 우리와 중국이 등을 돌리는 듯한 상황에서 부산 세계엑스포 유치전이 순탄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시장도, 남북 긴장 해소도, 부산 세계엑스포 전을 위해서라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적극적인 외교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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