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와 반도체 기술 등으로 으르렁거리는 정점에서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 그리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잇따라 중국 공장을 찾은 데 이어 중국 최고 지도자들과 만나고 있다. 특히 미국을 대표하는 주요 정보통신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미·중 기술 패권 전쟁 와중에 거침없이 중국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플과 테슬라의 경우 중국 공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양국의 정치 외교적인 긴장 관계를 마냥 두고만 볼 수 없는 절박함이 보인다. 우리 같으면 양국이 관세 맞불 작전으로 지칭되는 무역전쟁에 이어 반도체와 정보통신 핵심 기술 수출제한이라는 기술 패권 전쟁 와중에 삼성과 SK 회장이 중국에 방문했다간 매국노 소리 들을 판이다. 수출제한으로 기업이 망하면 국가가 보상해줄 리 없는 엄혹한 상황에서 머스크는 미·중 관계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 현지 공장을 찾았다. 이에 앞서 팀 쿡 애플 CEO도 이번엔 빌 게이츠도 중국을 찾아 시진핑 주석과도 면담을 할 것이라는 보도이다.
이를 보면 미국과 중국은 공급망 분야에서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중 관계를 가장 잘 실감 나게 설명하고 있는 사람은 머스크 테슬라 회장이다. 머스크는 “미국과 중국의 이익은 서로 얽혀 있어서 마치 샴쌍둥이처럼 나눌 수 없다. 테슬라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반대한다"며 이번 방중 기간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CATL(닝더스다이)의 쩡위췬 회장과도 만났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전기자동차 전체 생산량의 50%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면서도 추가 투자를 하기 위한 방문으로 보인다. 미국이 현대와 기아차 전기자동차 공장 유치에 공을 들였지만, 중국은 테슬라 추가 투자유치에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이 나서는 모양새이다.
이러다 보니 테슬라로서는 중국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할 수 있다. 중국 자동차 특히 전기자동차 수요를 테슬라가 놓칠 수 없는 소위 기술도 시장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중국과 디커플링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재앙적”이 될 것이라고 거들고 있다. 옐런 장관은 지난 4월에 이어 지난 13일에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미·중 무역 분쟁에 있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분명히 있지만, 디커플링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미국인들은 중국에서 생산된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면서 큰 이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의 무역을 중단하는 것은 “재난(disastrous)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미·중 밀착경제 상황을 토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소비하는 소비재 6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한 서로 등을 돌릴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 전체 수출의 20%를 중국으로 하고 있고, 삼성과 SK하이닉스 반도체 40% 이상을 중국에 팔고 있다. 어찌 보면 미국보다 더 중국과 경제적 동반자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한중 양국 지도자와 정치인 그리고 외교가에서 거친 막말들이 오가는 동안 미·중 양국 경제인들은 살길을 찾아 현지 공장을 찾고 투자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미·중 기업들은 우리 기업인들과 첨단 반도체와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초격차 승부를 겨루고 있는 기업들이다.
우린 겨우 5년 단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정권의 외교 노선에서 이탈해 상대국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길을 걷다 보니 이를 지켜보는 국민도 불안불안하다. 5년 정권마다 내뱉는 엇갈리는 다른 말은 정권엔 한풀이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수출 전선에 나서고 있는 국민에겐 치명상이 될 수 있다. 우리 정치와 외교가 기업인들 앞길을 열려주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리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 중국 속담에 원수는 3대에 걸쳐 복수를 해도 늦지 않는다고 한다. 정권과 외교가 국익과 국민을 고려하지 않는 채 아무 말 잔치를 벌이는 결과는 결국 경제 전선에서 사투 중인 기업인과 국민에게 총질하는 짓이다. 미국 기업 총수들이 중국 공장을 방문하고 국가 지도자들을 방문하는 모습과 중국 지도자들이 환대하는 저 모습이 정치와 외교이고 경제적 실리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