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정상회담서 반도체 문제 왜 못꺼내나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 8조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다. 27일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에서 4조58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공시했다.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SK하이닉스도 1분기에 3조40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영업손실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는 우리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반도체 수출의 40% 이상이 중국 시장이다. 올해 1분기 무역적자와 대중국 적자 수치를 보면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우리나라 무역적자는 266억달러로 이미 지난해 무역적자 절반을 넘어서고 있고, 1분기 대중 무역적자는 이미 78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우리의 최대 석유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적자액(70억달러)보다도 컸다. 수출 비중의 25%까지 높았던 중국 수출길이 꽃길에서 가시밭길로 갑자기 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발표한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을 보면 그렇다. 공동성명은 “양 정상은 동 법이 기업 활동에 있어 예측 가능성이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상호 호혜적인 미국 내 기업투자를 독려하도록 보장하기 위하여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 “국가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양국의 해외투자 심사·수출통제 당국 간 협력 심화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는 대목도 있다.

 

우리가 양 정상 간 공동성명에서 나타난 대목 중 미국 내 투자를 독려한다는 것과 해외투자 심사와 수출통제이다. 투자는 기업의 수익을 전제로 한 것이라 국가가 나서서 가타부타 간섭할 일이 아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미국 국내와 북미산 전기자동차 회사에만 보조금을 지급한 것도 모자라 반도체 법을 내놓고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대해 사실상 모든 것을 공유하자는 것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판국에 이번에는 또 미국 국내 투자를 독려하자고 했다. 우리말로 ‘모’ 아니면 ‘도’라는 말이 있지만 미국이 미국 국내 투자, 아메리카 퍼스트, IRA, 반도체 법은 우리에겐 모가 아니라 도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모 아니면 도의 미국식 표현인 올 와 나씽(All or Nothing)중 '나씽' 일 수 있다.

 

미국 국내 투자 독려는 윤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 중 미 의회에서 연설한 자유와도 배치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앞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중국 내 칩 판매를 금지해 중국 시장에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생기더라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그 공백을 메우는 일이 없게 해 달라고 백악관이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귀를 의심할 보도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반도체 공장까지 가동하고 있고, 미국 인텔이 매각한 반도체 공장까지 떠안고 있는데 중국 내 반도체 공급을 추가하지 말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으로부터 투자만 강요받고 수출까지 통제받으라면 적자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전쟁과 기술 전쟁에 왜 한국과 한국 기업이 어부지리는커녕 제물이 돼야 하는지 그 제물을 자처하는 정상회담을 꼭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핵보다 더 무서운 건 굶주림이다. 핵은 최후의 수단일지 몰라도 굶주림은 눈앞의 현실이다. 우리 수출 주력이고 우리 미래 쌀인 반도체와 배터리 독소조항 하나 챙기지 못한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걱정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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