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美국빈방문 의제 우선순위는 반도체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말 미국을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에 맞춰, 최고 수준의 예우인 국빈 자격으로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요청했다는 보도이다. 미국은 최고 수준의 예우라고 하지만 현 한미관계는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바이 아메리카’와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기조 아래 미국 내 생산과 미국산 중심으로 모든 결정을 하고 우방국에 따르라고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맹(同盟)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 간에도 서로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하여 같이 행동하기로 약속한 관계이다. 바이 아메리카와 아메리카 퍼스트는 일방통행이지 양방향 통행이 아니다. 미국은 군사적 동맹을 넘어 경제적 동맹도 일방통행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국익을 위해 한국의 첨단 기업들이 미국에 아낌없이 투자해달라는 것 외에 미국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전략이다. 오히려 한술 더 떠서 미국 땅에 투자했으니 통제까지 하겠다고 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이어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은 더 노골적으로 우리를 옥죄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반도체는 우리 미래의 사활이 걸린 현안이다.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생산 공장뿐만 아니라 중국 생산 공장까지 통제하겠다는 반도체 지원법은 국빈 방문 때 뜨거운 감자일 수 있다. 누가 봐도 한국의 삼성과 SK하이닉스를 통제해서 중국 시장을 막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국 시장은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반도체 55% 규모의 최대 시장이다. 이론적으로 보더라도 실제 반도체 지원법이 시행되면 향후 10년간 중국 쪽 반도체 수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55%인 중국에 수출이 제한되면 대체 시장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전체 수출도 최악의 경우 10% 줄어들 수 있다.

 

TV 화면 속에 비친 화려한 국빈 방문 영상 뒤에 숨겨진 최악의 시나리오를 타개할 수 있는 해법을 준비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한국 방문 때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부터 들렀다. 그리고 코로나19 감염 때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백악관으로 불러 화상 면담을 했을 정도로 한국의 삼성과 SK의 반도체 옥죄기에 빈틈없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치고 달리기이다. 우리 미래 먹거리이고 우리가 유일하게 세계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한 배터리와 반도체를 미국은 좌시하지 않고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정부와 여야는 반도체 산업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사이 미국은 보조금과 감세로 유인해 한국 반도체 산업을 경제 안보라는 이유로 통제하고 있다. 우리는 경제 안보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 반도체 산업이 우리에겐 경제 안보의 필살기라는 것을 모른 체 미국과 경제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반도체 산업만큼은 미국식이 아닌 한국식의 입장을 무조건 미국에 주장하고 설득해서 지키는 게 경제 안보를 지키는 길이다.

 

미·일의 반도체 장벽을 넘는데 수십 년간의 대장정이 끝나는 것 같았지만 미국은 종착지에서 검문 검색하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반도체 지원법은 바로 한국 반도체 산업 무장 해제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미국이 들이민 IRA 법과 반도체 지원법은 어쩌면 윤 정부 앞길에 지뢰를 매설한 것이나 다름없다. 웃고 악수만으로는 지뢰를 제거할 수 없다. 지뢰 해체 전문가를 동원해야 한다.

 

삼성과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산업 관계자들과 함께 그 해체방안에 골몰해야 한다. 미국은 반도체를 안보라 규정했고 중국은 심장이라 했다. 윤 대통령이 반도체를 어떤 시각에서 보는지는 향후 정권의 명운과도 직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그 해법을 치밀하게 준비해서 미국 국빈 방문 때 관철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일본이 4년4개월전 강제징용 문제를 빌미로 반도체 핵심 소재 대한 수출금지라는 치명타를 가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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