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인규명 못한 국가안전대책 신뢰할 수 있겠나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난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국가안전시스템 종합대책'을 내놨다고 한다. 국가안전 관리체계의 전면 개편 방안을 담은 내용에는 ▲ 새로운 위험 예측 및 상시 대비체계 강화 ▲ 현장에서 작동하는 재난안전관리체계 전환 ▲ 디지털플랫폼 기반의 과학적 재난안전관리 ▲ 실질적인 피해지원으로 회복력 강화 ▲ 민간 참여와 협업 중심 안전관리 활성화 등 5개 추진전략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10.29 이태원 압사 참사 후속 보완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국정조사와 경찰 수사에서도 참사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체 후속대책이 발표됐다는 점이다. 주요 5대 추진전략 중 상당 부분은 기존 시스템에도 구축돼 있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불통이었다는 것이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도 드러난 사안들이다.

 

이 장관이 보고한 ‘국가안전시스템’의 구체적인 내용에는 인파 사고의 근본적인 방지를 위해 축제·행사 안전관리의 제도적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자동화된 인파 관리체계를 도입하는 한편, 112반복신고 감시시스템 등 모니터링, 상황 보고·전파, 인명 구조·구급 체계 개선안도 담겨있다. 기존 국가재난안전통신망으로도 충분히 대비와 상황전파가 가능했지만, 먹통이었던 전례를 보면 새로운 사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은 재난 관련 기관의 무선통신망을 통합한 국가무선통신망으로, 재난 발생 시 일사불란한 지휘통제소라 할 수 있다. 전 국토와 해상을 모두 포괄하는 세계 최초의 전국망이자 경찰, 소방, 국방, 철도, 지방자치단체 등 8대 분야 333개 국가기관의 무선통신망을 통합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이보다 더 나을 수 있는 시스템은 없었다. 문제는 이를 운용하는 지휘체계 부재였다. 시스템을 운용하는 건 사람이다. 사람이 없는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이 장관이 단장을 맡은 범정부 태스크포스에서 수립한 재발방지책과 재난안전관리 강화 방안에는 향후 ‘인파 사고’를 재난안전법의 사회재난으로 관리하고,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축제·행사는 주최자 유무에 상관없이 자치단체가 안전관리계획을 세우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현장 인파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연내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위치 데이터로 현장 밀집도를 모니터링해 위험이 감지되면 소방과 경찰에 자동 통지하고, 112신고가 반복 접수되면 자동 표출되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경찰과 행안부 등의 보고 체계도 개선하기로 했다. 나아가 오는 2027년까지 전국의 모든 시·군·구에 24시간 재난상황실을 운영토록 하고, 시도지사 등 지자체장에게 지역 경찰과 소방을 동원·총괄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한다. 시스템을 갖추고도 신고를 무시하고 대응하지 않은 어찌 보면 인재나 다름없는 인재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다. 아무리  장비와 체계가 좋아도 이를 운용하는 인력과 리더가 제대로 관리대응하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국가 재난 발생을 가정한 시스템과 이를 운영할 지휘체계가 명백히 규정돼 있는데도 그런 시스템이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사실이 청문회 때 드러난 바 있다. 각 부처는 부처 고유의 특정 업무를 하라고 정부조직법에 명시하고 있다. 또 재난 등 국가 위기 상황 발생 시 통합하는 지휘체계도 이미 구축된 마당에 새로운 것도 없는 신년 업무보고처럼 보인다. 현재형 재난 유형 외에 미래형 재난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이는 이유 때문이다. 사고와 참사 원인에 대한 철저한 자기 책임에 대한 반성 없이 급조한 대책의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행안부는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수사한다는 이유로 이태원 참사 재난 원인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정작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재난 지휘 최고 책임자에 대해서는 수사조차 못 해봤고 국정조사 역시 진상 규명과 문책도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국가재난안전시스템 개선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온 격이다. 대형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를 먼저 정확히 조사해 그 책임을 묻고 대책을 내놓는 게 제대로 된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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