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도 무인기도 결국 위기 대응능력 부재였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나 12월 26일 오전 북한 무인기가 영공 침범후 대통령실 일대 비행금지구역(P-73) 침투에 대응하지 못한 것은 긴급 상황에 대응능력 부재로 보인다. 10.29 이태원 참사의 경우 재난관리주관기관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사 발생이후 인지했고 12.26 북한군 무인기 영공 침투도 항적 포착 후 1시30여분후에 군이 대응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북한 무인기가 경기북부와 P-73지역 상공을 1시30여분간 휘젓고 돌아다닌 후에 군이 대응했다면 전쟁시에는 이미 해당 지역 모든 기지를 초토화시킬 시간이다. 다른 상황이지만 늦장 대응이라는 면에서는 같다. 사태 이후 대응도 별반 차이가 없다.  모른다거나 부인하는 것도 유사하다.  그러다가 청문회와 야당 의원 지적이 이어지자 시인했다.

 

특히, 무인기 사태의 경우 시인이 내키지 않았는지 북한 무인기 서울 상공 활갯짓에 대해 ‘북과 내통설’ 또는 ‘내부 고발자 색출’이라는 어의없는 반박까지 나섰지만 군 전비태세검열이 이어질수록 군의 허술한 대응태세만 노출시키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전 합동참모본부(합참)가 북한군 무인기를 탐지 후 1시간 반 이상이 지나서야 대비를 명령한 사실이 군 내부 검열에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합참은 서울을 지키는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에 상황을 전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방사가 뒤늦게 자체적으로 무인기 침입을 파악한 건 상황 발생 1시간 뒤였고, 합참이 항공 대비태세를 강화하라며 '두루미'를 발령한 건 그로부터 30분이 더 지난 뒤였다. 그 사이 북한군 무인기는 용산 대통령실 일대 비행금지구역(P-73)을 거친 뒤였다. 군이 무인기 항적을 레이더에 포착해 탐지 능력을 과시했지만 이미 6분 뒤였음도 드러났다. 실시간이 아니고 6분후라면 이 역시 문제이다. 이태원도 북한 무인기도 사전 징후와 대응실패가 낳은 참사와 침투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같이 위기 대응에 실패했음에도 무책임과 책임 떠넘기기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 그러면 참사와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역대 수 많은 재난과 참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비하려는 치밀한 대응을 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청문회를 지켜보노라면 답답하기만 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재난관리기관 수장이면서도 대통령실과 공조 여부에 대해 몰랐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재난관리체계가 바뀌었지만 정확하게 숙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청문회에 나온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경찰 그리고 소방청 증인들은 각자 따로 따로 다른 이야기를 했다. 엄연히 국가 재난관리 체계도가 있는데도 이를 숙지하고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군도 다르지 않다. 합참은 육·해·공군의 지휘를 통합하는 곳이지만 이번 북한군 무인기 대응을 1시간 30여분이나 늦장 대응했다. 군 내부 검열에서 밝혀진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합참의 전파가 늦었고 무인기가 서울 상공에 출현하자 수방사가 뒤늦게 레이다에 포착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재난관리와 군 지휘 등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이 있는데도 작동하지 않은 책임은 지휘 계통 수장들이 져야 한다.

 

지휘 최고 책임자가 상황파악에 우왕좌왕하면 그 지휘를 따르는 공무원이나 군은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다. 우리 역사상 3대 패전으로 일컬어지는 임진왜란 칠천량 해전때 원균, 병자호란 남한산성 전투 그리고 6.25전쟁 당시 인제 현리 전투는 가장 극명한 패전사이다. 특히 근현대사인 인제 현리 전투때 중공군과 북한군에 대응하는 3군단장 유흥업 장군은 지휘관의 패주가 얼마나 큰 과오를 낳는지를 보여준 패전이다. 6.25때 중공군과 북한군이 강원도 인제군 현리 일대 오마치고개를 점령하자 당시 3군단장이던 유재흥은 작전회의를 한다면서 군용기를 타고 본부로 돌아간다고 했지만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도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휘해야 할 군단장이 사라진 후 3군단 전선은 붕괴됐고 3군단은 해체되고 결국 전시작전권을 미국에게 빼앗기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전사는 기록하고 있다. 경계와 작전에 실패한 댓가는 결국 패전, 항복 그리고 군과 국민의 희생뿐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와 북한 무인기 사태에서 보듯 재난안전관리의 책임은 이유를 불문하고 최고 책임자에게 있다.  국민은 그 책임자의 능력과 역량에 따라 하루하루 일상의 안전을 담보하면서 각자의 장소에 삶을 영위한다. 변명하지 마시라. 시민과 기업이 등골이 휘도록 일해 혈세를 국가에 내고, 군인과 공무원에게 군인연금과 공무원 연금을 주는 이유는 그런 일을 똑바로 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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