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사면.. 대통령 고유권한이지만, 형평성도 중시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죄를 용서한다는 사면(赦免)은 왕조시대나 현대의 대통령제하의 국가 원수가 행사할 수 있는 특권이었다. 삼국시대이후 대한민국 역대 왕조와 왕 그리고 대통령이 특별한 날에 행사해 왔던 통치행위였다. 정권을 잡은 자의 시혜(施惠) 이었다. 미국은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에 우리로 따지면 추석과 같은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한 마리를 특별 사면하는 행사까지 열린다.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추수감사절을 맞아 이 시기에 미국 전역의 식당과 가정에 요리로 올라가는 4500만여 마리의 칠면조중 한 마리를 죽지않게 풀어주는 의식이다. 사면은 이처럼 국가원수의 특권으로 범죄인에 대한 형벌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하거나 형벌로 상실된 자격을 회복시켜주고 생명을 구하는 행위였다. 때문에 더 많은 사면이야말로 모두를 위하는 길일 수 있다. 그런데도 주요 국경일을 전후로 대통령이 행사하는 사면권에 대한 아쉬움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면에 대한 잣대가 틀리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연말에 이명박 전대통령 등 정치인과 국정원 전 원장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면을 단행하면서도 태광그룹, 부영,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주요 그룹 기업 회장들에 대해서는 대상에서 제외시켰다는 보도이다. 또 정치인들중 형기가 얼마 남지 않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에 대해서는 5개월 남짓 형기만 면제해주고 복권 등 사면을 시키지 않아 사면의 형평성이 의심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이고 검찰총장까지 지낸 대통령인 만큼 죄의 경중을 누구보다 잘 알 것으로 본다. 그런 사람들을 사면시키는 대통령이다. 사면의 본래 뜻은 죄의 경중을 떠나 공평하게 죄를 풀어주는 통치행위이다. 그 과정에서 받아들이는 국민 정서는 대통령의 사면권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 가장 극명한 사례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이다. 이 전 대통령은 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구속된 뒤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의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현재 건강상 이유로 형 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형이 확정돼 내년 5월 형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형기와 벌금 그리고 정치활동까지 사면하고, 김경수 전 지사는 형기만 면하고 정치활동은 제한하는 사면을 한다는 점에서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있다. 누가 봐도 불공평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무회의를 주재해 사면 명단을 확정했다. 28일자로 사면을 단행했다.  지난 15일 공개된 여론조사기관 4개사가 공동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찬성한 응답자는 39%, 반대한 응답자는 53%였고, 김 전 지사의 사면에 찬성한 비율은 34%, 반대한 비율은 51%였다.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더 높은 상태이다. 이 전 대통령도 김경수 전 지사에 대한 사면도 사면의 형평성을 들어 다 반대한다는 여론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사면에서는 박근혜 정부 당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이명박 정부 시절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올랐다. 특히 김태효 국가 안보실 1차장은 국가 반역죄에 해당하는데도 사면시켰다. 국가 기관에서 대통령의 눈을 멀게하고 고유 업무 특수활동비를 유용해 상납 받고 준 전직 국정원장들이 대부분 사면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실장과 국정원장 출신을 잇따라 소환하고 있다.

 

사면이 대통령의 통치행위라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공정과 공평성을 따진다. 사면을 앞둔 여론을 봐도 그렇다.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할 전 현직 공무원들 중심으로 사면이 이루어지고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다 상법 등의 과오가 있었던 경제인들을 제외시킨 건 또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칠면조도 사면시키는 판에 경제를 살리자면서도 경제인들을 사면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이번 사면의 설득력이 떨어져 보일 수 있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지만, 대통령을 뽑은 것도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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