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참사 국조특위, 늦었지만 개문발차 잘했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얼마나 기다리다 지쳤으면 개문발차(開門發車) 했겠는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25일을 허송세월하다 지난 19일 발차했다. 차문을 연체로 출발한 것이다. 지난달 24일 여야가 국조특위를 구성해서 45일간 일정으로 국정조사에 나서기로 했지만 예산안 통과 후를 전제로 미루다가 예산안이 법정시일까지 넘기며 질질끄는 바람에 전체 일정중 25일을 허송세월로 흘려보냈다. 그사이에 희생자 유가족 및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대종교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범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49재까지 지냈다. 참사 원인도 규정되지 못한 가운데 우선 희생자들 영령을 제대로 위로하는 의식이었다.

 

국조특위 활동의 법정 시한은 내년 1월 7일까지 남은 시간은 20일이다. 지난달 24일 차문을 열어놓고 함께 탑승하자고 기다렸지만 국민의힘 국조특위 위원들이 승차를 거부하는 바람에 발차했다. 국조특위 전체 일정의 수정이 불가피한 초치기 국정조사가 될 수 있다.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여야가 어떤 전제조건을 달고 밀당할 사안이 아님에도 집권당이 국조특조를 거부하는 모양새는 스스로 매를 버는 길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때 유사한 참사의 재발방지를 위해 당시 박근혜 정부는 1조5천억원의 국가재난통신망 구축의 예산을 확보한 바 있고 이를 지난해 세계최초로 구축했다. 그때 어물쩍 넘어갔다면 국가재난을 대비하는 그물망 같은 통신망을 구축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 통신망은 하지만 이태원 참사때 먹통이었다. 왜 진상규명과 재방방지가 필요한 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는데도 여당은 국조특위 합류에 오늘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19일 개문발차했으니 27일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 3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19일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현장조사 2회·기관 보고 2회·3일간의 청문회 등 향후 일정을 결정했다. 지난달 24일 첫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우상호 위원장과 여야 간사를 선임하고 계획서를 채택한 뒤 25일 만이지만 집권당 국민의힘은 먼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이후 국정조사를 하자는 여야합의를 어겼다고 불참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은 여야의 절충과 국회의장의 중재에도 여당이 합의를 하지 않아 질질 끌고 있는 모양새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국조특위를 예산을 빌미로 법정기한까지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 159명이 참사와 참사 후유증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극단의 선택을 했다. 개문발차를 해서라도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책을 내놔야한다.

 

참사 나흘만인 지난달 1일 출범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도 참사가 발생한 지 50일이 경과했지만 중간 수사결과 등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한 체 잊히기를 바라는 듯하다. 참사의 직접 원인 규명은 물론 관련한 피의자 중 누구도 단정하지 못해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존 관련법을 있는 그대로 적용만 해도 줄줄이 처벌받아야 할 사람들이 뚜렷한데도 오히려 희생자와 유가족에 비수를 꼿는 망언까지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처음으로 희생자들의 위패와 영정사진으로 차려진 참사 현장의 49재 행사장 건너편에서 고성능 스피커로 막말을 쏟아내고 있는 극악무도한 세력들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이게 나라인가 하는 분노가 치민다.

 

희생자와 유가족들 일부도 지난 3월 10일 대통령 선거 때 윤석열 후보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들은 다 같이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런 국민을 대통령은 지켜야 한다고 헌법이 명령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34조 6항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윤 대통령도 취임식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헌법 69조에 명시된 대로 선서했다. 집권 여당이 차일피일 미루더라도 대통령이 나서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국조특위에 협조를 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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