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비수 꽂은 언행 삼가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10.29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희생자들에게 마약검출 여부를 가리자는 부검 제의와 유류품 검사를 하는가 하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유가족들에게 모욕에 가까운 막말을 내뱉었다. 참사가 50여일이 지났는데도 어느 것 하나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체 관할 용산 경찰서장 등 지휘라인에 있는 경찰과 소방서장에게만 죄를 묻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국정조사특위가 구성됐지만 출범도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출범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자신의 SNS에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다.  유족의 심정을 이해한다면 이런 글을 올리긴 어려울 것이다. 

 

희생자 97명의 유가족 170여 명으로 구성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지난 10일 공식 출범을 하면서 국정조사와 성역 없는 수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을 비롯한 책임자 처벌, 유가족 소통과 희생자 추모 공간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국가의 재난 안전 대응에 대해 문제가 있었던 대형 참사때마다 당시 정권은 즉각적인 사과와 관련자 문책이 먼저였던 관례에 비춰보면 권성동 의원의 발언은 얼마나 망발인지 뚜렷하다. 권 의원의 발언 이전에도 듣기에 띠라서는 책임 회피성으로 느껴질 발언도 있었다. 대통령실이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태원 참사 열흘 뒤인 11월8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무슨 사건이 났다고 장관·총리 다 날리면 새로 임명하는 데 두 달 넘게 걸린다.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관 바꿔라, 청장 바꿔라 이건 좀 후진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같은 연장선의 발언들이다.

 

역대 참사들도 어처구니없는 참사였지만 이태원 참사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안이라는 게 속속 밝혀지고 있는데도 막말 시리즈는 계속되고 있다. 과거 역대 정권이 대형 참사를 수습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던 것과는 딴 판이다. 1993년 10월 서해 페리호 침몰로 현 기획재정부 예산담당 국장 등 29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김영삼 대통령은 이계익 교통부장관과 염태섭 해운항만청장을 경질했다. 다음해인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로 32명 사망하자 당일 이원종 서울시장을 경질했다. 1995년 6월 상품백화점 붕괴로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당하자 사고발생 이틀뒤 취임한 조순 서울시장은 이동 제2부시장 건설담당을 경질시켰다. 또 2010년 4월 천안함 침몰과 그해 11월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으로 아군 4명 사망과 19명 부상 사태로 이명박 대통령은 김태영 국방부 장관 사의 받았고,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탑승자 476명중 304명 사망 또는 실종 사고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경질시켰다. 국가의 안전과 재난 대응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수용한 조치였다.

 

‘중대재해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의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 11월30일 국회 생명안전포럼과 생명안전 시민넷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10·29 이태원 참사의 본질은 ‘안 했다’는 것, 즉 부작위에 있다. 재난이나 사고로부터 국민의 삶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 이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는 재난안전법상 사회재난으로 분류된다. 사회재난은 법상 국가나 지자체가 대비해야 하며 경찰은 재난안전책임기관이다. 컨트롤타워도 행안부 장관을 핵심 위치에 둔다고 재난안전법에 명시돼 있다. 책임이 있다는 게 실증법으로도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사고 발생 수시간정부터 위기를 알리는 신고를 했음에도 무시한 국가기관의 잘못을 대오각성해도 모자랄 판이다.  이런 식으로는 앞으로도 국가 안전이 우려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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