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참사...국가재난관리 책임부터 되돌아봐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근현대사의 크고 작은 참사를 보면 국가와 해당 정부가 국민에게 휘두른 폭력이 더 많았다. 이를 예방하고 참사가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지난 2017년에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제정됐다. 이 법대로라면 전국의 크고 작은 사건 사고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법은 재난으로부터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체제를 확립하고,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와 안전문화활동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법은 예방과 대비 및 대응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소 읽고 외양간 고쳤던 과거의 재난후 보다 재난 이전의 예방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법이 시행된 지 벌써 5년이 지났지만 이 법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발생한 참사가 바로 이태원 참사다.

 

지난 29일 밤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호텔 옆 비좁은 비탈길에서 핼러윈 사전 파티를 즐기러 나온 수많은 인파끼리 압사로 목숨을 잃었다. 이미 전날부터 국내외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이태원은 한국의 대표적인 다문화를 체험하고 즐기는 지역이라 핼러윈 행사는 연중 가장 큰 축제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매년 10월 31일 열리는 파티로 이미 영국으로부터 시작해 미국을 건너 이태원까지 상륙한 서양의 축제 중의 축제이다. 영국과 미국을 가지 않고도 이태원에서도 핼러윈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년 행사 전야부터 수십만이 몰렸던 곳이다. 정착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이번 참사처럼 153명이 압사와 질식사로 추정되는 사망과 133명이 부상을 입은 사태는 없었다. 특히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초대형 참사라는 점에서 있을 수 없는 참사이다. 그 법은 정부, 도지사, 시장, 군수 등 정부가 지켜야할 법이다. 국가기관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라고 제정된 법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국민의 역할, 행정안전부장관 등의 역할, 관련 조직과 구성, 국가기반시설 지정 및 기본계획 수립, 재난과 관련한 조치 의무, 재난지역 선포 및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10가지 국가가 지키고 준수해야할 구구절절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첫 장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국민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난 및 안전관리업무를 수행할 때 최대한 협조하여야 하고, 자기가 소유하거나 사용하는 건물·시설 등으로부터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이다. 이어 행정안전부장관 등의 역할은 더욱더 구체적이다. 행정안전부장관 또는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등 긴급한 사유가 있으면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긴급안전점검을 하게하고, 행정안전부장관은 다른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에게 긴급안전점검을 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요구를 받은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요구에 따라야 한다.

 

법에 규정돼 있음에도 지난 28일부터 이태원에 핼러윈 사전 행사를 즐기러온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전 조짐이 발생했지만 의례 있었던 행사로 치부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태원 일대에 137명의 경찰인력이 투입됐을 뿐 관할 용산구청 등 관계기관의 인력투입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원 일대에 밀집한 10만여 명의 질서와 안전을 위해 정복 50명 포함 꼴랑 137명 뿐이었다니 기가 막힌다. 그 많은 군중에 정복 경찰관 50여명은 존재감도 없었을 것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5조에 보면 재난과 관련한 조치 의무가 있다. 누구든지 재난의 발생이나 재난이 발생할 징후를 발견하였을 때에는 즉시 그 사실을 시장·군수·구청장·긴급구조기관, 그 밖의 관계 행정기관에 신고하여야 하며, 신고를 받은 시장·군수·구청장과 그 밖의 관계 행정기관의 장은 관할 긴급구조기관의 장에게, 긴급구조기관의 장은 그 소재지 관할 시장·군수·구청장 및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에게 통보하여 응급대처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이태원 참사전후로 그나마 경찰외에 사전 예방에 나선 관할 용산구청 등은 현장에서 대비하지 않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사건 발생후 "우려할 인파는 아니었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재난이 발생할 징후는 하루 전인 28일 저녁부터 예고돼 있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국가애도기간을 강요하기에 앞서 정부가 법을 지키지 못한 것부터 따져 읍참마속하는 엄중 문책을 해야 한다. 국민이 즐길 자유를 보호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건 국가와 해당 정부가 마땅히 지켜야할 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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