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야당과 협치해도 부족할 판에 발언 신중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자유민주주의에 공감하면 진보든 좌파든 협치하고 타협할 수 있지만,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함께 했다고 한다. 대선때 당선을 도운 원외당협위원장들에 대한 보답성 오찬장에서 나올 소리는 아니었다.  용어들이 과거 대검 공안부 검사들이 자주 쓰던 말이라서 그렇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듣기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즉각 반발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검찰은 민주당 당사내 민주연구원 김용 부원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가 민주당원들의 제지로 물러섰다. 대통령 취임이후 5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국내외 상황은 협치외에 대안이 없을 정도로 이해충돌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서서 또 다른 시비거리를 꺼내는 듯한 발언은 부적절해 보인다.

 

검찰과 감사원까지 나서서 대북관련 사항만을 족집게처럼 추려내 서욱 전 국방부장관, 해양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그것도 모자라 전 국정원장, 안보실장,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서면 질의 형식으로 조사를 시도했다. 그런 와중에 어제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는 발언은 누가 보더라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 하다. 민주당은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을 빌미로 현재 진행중인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전면 중단했다.

 

해상과 육상에서는 남북이 미사일과 포 공방을 벌이고 있고, 대통령실과 여당 인사들 사이에서는 반국가세력과 김일성주의자 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정치와 협치는 찾기 어렵고 대립과 대결구도를 쌓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직시해야할 일이 있다. 앞으로 2년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협조 없이는 대통령이 구상하는 국회 동의가 필수적인 개혁과 공약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없다. 거대 야당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대를 지칭하는 듯 한 아무말 잔치처럼 들리는 발언들은 야당의 거센 반발만 부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5개월이 지났지만 국정수행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대선 때 득표율보다 형편없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한반도의 긴장을 부추기는 북한의 핵실험 징후와 미사일 쇼를 풀 해법을 찾아야지 종북 좌파 등이라는 말로는 찾을 수는 없다. 여권 핵심부가 북핵 대응에 핵무장과 미국의 전술핵 배치 등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전술핵에 대한 이야기가 푸틴에서 시작됐는지, 김정은에게서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여권에서 흘러나오는 북핵 대응에 대한 미국측 입장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미 대사의 발언은 한미 간 북한 핵 해법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흔히 물들어 올 때 노를 저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시의적절해야 한다. 경제난으로 지쳐가는 국민에게는 함께 극복하자는 따뜻한 말을 건네고, 야당에게는 먼저 손을 내밀어 함께 가자고 청해야 한다. 그래야 국정지지도 높아질 수 있다. 그래야 우리가 국내외로부터 도전받고 있는 위기상황에 맞설 수 있다. 네편 내편으로는 위기만 부추길 뿐이다. 우리편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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