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길 막는 미국의 연이은 제재 타개책 없나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미국이 돌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내세워 북미 및 자국산 전기차 보조금으로 한국산 전기차 수출에 불이익을 주더니 이번에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규제를 보다 강력하게 추진할 모양이다. 보도된 내용을 보면 미국 상무부는 이번 주 안에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반도체중 미국 기업이 생산한 반도체 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이라도 미국의 기술, 장비, 소프트웨어를 써서 만든 제품의 수출까지 차단하는 조치이다. IRA가 현대기아차가 생산하는 전기차에 직격탄을 쐈다면 이번 조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일대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산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칩이 필요하고,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수출물량중 중국이 4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구체적인 규제범위에 따라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IRA로 지난달 미국에서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의 판매는 전달보다 각각 14%와 22% 줄었다는 소식이고 보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는 이보다 더 큰 타격이 될 소지가 크다. 미국 장비와 기술을 써서 생산한 반도체는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 규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재부터 생산 그리고 수출까지 분업화된 상황에서 특정 사안을 걸고 제품 규제를 하게 되면 시장을 포기하라는 압박이나 다름없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반도체 40% 수출시장인 중국을 포기하고 대체할 시장은 찾기가 쉽지 않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하는 것도 미국을 기반으로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보자는 취지이지 미국내 수출만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조치가 2년 전 중국 정보통신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보다 더 광범위하게 적용할 것이라는 보도이고 보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주요 수출 경쟁국인 대만과 일본은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8년 대비 지난해 대만의 점유율은 4.4%포인트, 일본은 1.8%포인트 늘었지만, 한국의 점유율은 5.5%포인트 하락했다. 미국이 2019년 4월부터 2020년 9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중국 반도체 산업 핵심기업인 화웨이와 SMIC를 대상으로 미국의 반도체 소프트웨어·장비를 활용해 생산된 반도체의 공급을 규제하겠다고 밝힌 여파이다. 가뜩이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와중에 빼도 박도 못하는 2차 규제 소식은 수출 한파를 예고하고 있다.

 

올 들어 우리나라 무역적자는 지난 4월 이후 연속 6개월 이어지고 있고, 누적 적자규모는 288억7600만 달러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대치라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22년 무역수지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연간 무역적자가 480억 달러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수출 효자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가 미국의 규제조치로 추가 타격을 받는 다면 적자폭은 더 확대될 소지가 크다.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무역적자가 산업 경쟁력 저하와 더불어 규제라는 쌍둥이 요인이라면 무역적자는 고착화될 수 있다. 문제는 정책과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깊어가는 무역적자에도 다른 나라도 다르지 않다는 식이다. 위기의식이 없어 보인다. 반도체 강국으로 그나마 대접받던 대한민국을 옥죄이는 건 다름 아닌 혈맹과 동맹이라는 미국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국제 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냉혹한 현실이다. 규제라는 벽을 넘는 담쟁이 대책이 있는지 묻고 싶다. 위기의식 없으면 호되게 당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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