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해안가의 ‘예고된 재난’을 막으려면

1층은 주차장 등으로 사용하고 2층부터 상가,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길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논설고문 | 부산 울산 포항의 해안가가 초토화됐다. 하필이면 태풍 힌남노의 상륙 시간이 물이 차는 만조 때와 겹치면서 높은 파도가 들이닥쳐 사고를 키웠다. 태풍 상륙과 만조. 이런 자연재해는 우연이라고 보지만, 우연이 반복될 소지가 있다. 그래서 많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이번 태풍 힌남노 통과로 부산 해안, 울산·포항 해안의 상점들과 아파트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일년에 몇차례 태풍이 오는 한 이런 재난은 앞으로도 계속될 개연성이 높다. 그래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부산·울산·포항의 해안가 실태를 살펴보자. 폭풍 해일이 지나가고 난 뒤 해안도로와 상가, 일부 아파트는 예외없이 피해를 입었다. 상가와 아파트 유리창은 박살이 났고, 상점의 집기들이 파도에 휩쓸려 길가에 뒤엉켜 있다. 강한 비바람 여파로 돌덩이와 쓰레기가 도로를 뒤덮고, 보도 블럭은 쪼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월파를 막는 방파제도 소용이 없었다. 태풍으로 길바닥이 깨지고 갈라지면서 생긴 아스팔트 파편이 도로에 쓰레기 더미처럼 쌓였다. 깨진 아스팔트 파편이 가게 내부로 들어가서 벽까지 무너뜨렸다. 부산 서구의 빌라 창문은 거센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많이 깨졌다. 베란다 곳곳에 유리 파편이 널브러졌다. 이런 광경은 보기에 처참하다. 인명 사고가 없었던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부산 시민들이 느낀 이번 힌남노 태풍의 위력은 차바와 매미 이상이었다고 한다.

 

이같은 재난은 이미 예측되었다. 아름다운 바다를 매립하고, 고층 건물을 지을 때부터 사실은 사고가 예고되었다. 태풍의 통로를 인위적으로 막고, 주상 복합과 상가를 지었으니 고스란히 폭풍에 노출되는 것은 피할 길이 없었다. 시민들은 “저 꼴 날 줄 알고도 지었는데 알고도 당하는 건 필연”이라고 했다.

 

해운대는 원래 바람이 드센 곳이라고 했다. 그리고 태풍의 이동경로라고 했다. 태풍 매미 때 아파트 창문이 깨지고, 주차된 소형 승용차가 날아 옆에 주차된 차들을 박는 것이 목격되었는데, 이번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대비를 철저히 해서 매미 때의 피해를 더 이상 당하지 않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뷰를 생각해 아름다운 바다를 앞에 두고 고급 빌라와 주상복합을 지었겠지만, 처음부터 분란이 있었다. 부지 매립에서부터 분양, 그리고 조망권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뷰(전망) 망친다, 값 떨어진다며 쉬쉬하고 있다. 태풍 등 자연재해와 재난은 연례 행사처럼 오는데,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애초에 잘못된 설계고, 인간의 욕망이 만든 예고된 재난이다. 그렇다고 헐어낼 수는 없다. 보완책을 철저히 강구해야 한다.

 

1층은 상가와 주거지로 두는 대신 주차장으로만 쓰도록 하고, 2층부터 상가 및 주택을 짓고 운영하도록 건축 제도를 바꾸기를 바란다. 이것이 인명 피해를 줄이고, 개인과 법인의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다.

 

앞으로 해안가 상가 주택 등 건축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기왕 지어진 건물들은 재앙에 버틸 수 있도록 방파제 설치 등 보완 대책을 세우고, 건물 신축에는 태풍 등 자연재해에 맞는 설계를 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해안가로부터 일정 거리를 두고 허가를 내주어야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1층을 비우고 2층 이상에서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지만, 절제할 줄도 알아야 개인은 물론 공동체가 안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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