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역적자와 환율 추이 심각하게 봐야 한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올 들어 무역적자가 개선될 기미가 없이 고착화되고 있다. 1월 이후 개선되던가 싶었더니 4월이후 연속 5개월째 적자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20일 무역수지는 102억1천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중이다. 이를 포함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254억7천만달러에 달한다. 5개월 연속 무역적자 기록은 지난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14년만이라고 한다. 수출전선이 여의치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대외 수출의 25%나 차지할 만큼 주무대였던 중국쪽마저도 4개월 연속 무역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달러당 1340원대로 껑충 뛰었다. 연초 대비 달러당 300원대나 오른 것이다. 이 역시 지난 2009년 4월 29일 1357.5원이후 13년 4개월만이라고 한다.

 

수출 주무대인 중국과의 4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지난 1992년 8월 24일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이다. 수교이후 양국의 교역규모가 47배로 늘어나는 동안 줄곧 무역흑자의 보고였던 중국마저도 무역적자로 돌아선 것은 우리 수출 정책을 다시 점검해야할 충분한 이유가 발생한 것이다.

 

수출정책이전에 산업경쟁력 전반을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출 주력 상대국은 초격차 기술개발로 경쟁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상황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어느 시장에서도 기술과 가격에서 밀리면 퇴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기다 미국과 중국은 자국 신기술 정책 우선이라는 장막을 치고 있고, 소재부품 수입국인 일본은 3년전 대한 수출규제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소재부품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에 원초적인 경고음이 울린 이후 우리의 대외 공급망 상황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반도체 동맹이라는 칩4동맹은 중국시장 입지를 좁히고 있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전기자동차 시장의 미국 진입문턱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은 대외 수출시장의 위축이 무역적자로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깊어지고 있다. 무역적자는 불가피하게 환율 상승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달러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를 외환보유고에서 풀어 환율 상승을 진정시킬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환율은 연초이후 꼭짓점을 가늠할 수 없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역적자 변수외에 한미간 금리 역전현상까지 벌어져 강한 달러화를 부추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도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적정보다 낮다고 지적한 상황이다. 지난 7월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4386.1억달러이다. IMF가 권고하는 기준치의 최대 1.5배인 6455.5억달러에는 2072.7억달러나 부족하다. 이 보다 더 엄격한 BIS 방식의 적정 외환보유고 수준인 7839.1억달러보다는 3456.3억 달러나 그 폭이 크다. 무역적자 행진속에 슬금슬금 오르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당국이 외환보유고를 풀 상황이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를 둘러싼 대외 수출전선의 먹구름에다 이를 반영하는 금융시장의 금리와 환율 상황에 면밀한 대응카드를 점검해야할 상황으로 보인다.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밀리면 우리 제품의 경쟁력은 어디에서도 먹힐 리가 없다. 우리는 지금 세계 10대 교역국을 상대로 제품과 가격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력시장을 상대로 한 산업경쟁력이 없는데도 수출 다변화라는 구호를 외칠때가 아니다. 구호는 가능할지는 몰라도 시장에서는 어림없는 소리이다. 시장에 먹히는 제품과 가격만이 시장으로부터 호응을 받기 때문이다.

 

무역적자와 환율 상승은 우리 산업 경쟁력의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봐야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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