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출은 늘리겠다며 감세하는 세제개편안 맞나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법인세와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깎는 내용의 윤석열 정부 첫 세제개편안이 21일 발표됐다. 세금을 깎아주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지출은 늘리겠다면서도 수입을 줄이면 재정적자가 더 커져 그 몫은 다시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공약 실현을 위해 향후 5년간 209조원의 재원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 재원은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이는 갖가지 세금으로부터 충당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국채를 발행해야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더 거둬들이는 세제개편안이 맞아 보이지만 지난 2008년이후 14년만에 대규모 감세정책에 나섰다.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예산 편성으로 국민총생산(GDP)대비 국가부채규모가 55%대로 1068조원이라며 재정건전성을 질타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개편안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정부안대로 바뀌면 세수는 13조원 넘게 감소한다. 법인세가 6조8천억원, 소득세는 2조5천억원으로 법인·소득세 감소분이 전체 세수 감소분의 71%를 차지한다. 기업·고소득층 감세 7.7조, 서민·중산층 4.6조원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또한 증권거래세 1조9천억원, 종부세 1조7천억원 감소까지 감안하면 다분히 부자감세안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낮추는 안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그동안 종부세가 징벌적 과세가 되어 실제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 없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됐다고 생각해 정상화 차원에서 개편하게 됐다"며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일부에서는 침체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전반적으로 종부세 체계를 개편하기에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은 통화당국의 제로금리 철회 효과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특히 올해 들어 치솟고 있는 금리 인상이 부동산용 대출에 의한 부동산 가수요를 진정시키고 있다는 시장의 지적과는 동떨어진 생각일 수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 큰 틀이 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 투자를 유도해서 성장과 고용을 늘려 세수를 증대하는 선순환 정책이라는 설명이지만 감세 효과가 당장 나타나기는 쉽지 않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한다고 해서 기업과 부자들의 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세수 감소에 따른 지출구조조정을 하지 않고는 재정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예산은 지난 2011년에 300조원대에서 올해 2022년 604조4천억원으로 10여년사이 두 배로 늘어났다. 세수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그만큼 씀씀이가 많아졌다고 봐야 한다. GDP대비 국가부채가 늘어났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매년 예산을 증액하지 않고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제적 감세정책을 통한 민간성장주도를 이끌겠다는 세제개편안이라지만 개편안의 골자가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중심의 감세안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얻을지 의문이다.

 

특히 지난 5년사이 예산은 200조원이나 폭증했다. 코로나 대응에 따른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하면 가히 천문학적이다. 정권마다 당선용 공약 실현을 위해 쏟아부어야할 예산수요가 늘어난 데다 예기치 않는 코로나 발생으로 지금까지 8차례의 추경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황이 종료되기는 커녕 변이가 변이를 일으키며 재확산 조짐이 이어지고 있다. 언제든지 추경카드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여야는 올해만 벌써 두 차례 장군 멍군 식 추경 각축을 벌인 바 있다.

 

특히 소득세와 종부세를 굳이 감세안에 포함시켜야했는지 법안 심사과정에서 살펴봐야할 대목이다. 종부세 손질과 부동산가격 하락은 세수를 더 급격히 감소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이제 국회에서 심의를 거쳐 확정되는 만큼 기업의 기는 살리되 국민 모두가 골고루 감세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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