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칩4동맹’ 한국을 사지로 모는 동맹 아닌가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미국 정부가 우리에게 중국 견제용으로 보이는 요구 강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이번에는 반도체 칩 설계, 설비, 생산 핵심국가인 ‘칩4(Chip4) 동맹’에 우리나라도 다음 달까지 참여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이다. 칩4동맹은 미국이 한국, 대만, 일본 등 4개국 간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3월 꺼내 든 구상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봉쇄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시키려는 의도이다. 동맹은 서로 협력해서 같이 잘 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칩4동맹’은 우리에게 동맹의 댓가로 ‘사느냐’, ‘죽느냐’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반도체 원천 설계기술은 미국, 설비와 소재는 네덜란드와 일본, 생산은 한국과 대만으로 분업화돼 있지만 우리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 수입처와 생산에서 수출하는 주요국이 중국이라는 점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수입과 수출 주요국이 중국인데 중국을 견제하는 ‘칩4동맹’에 동참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이후 한국의 무역적자 신호가 이어지면서 고착화하는 주요 수출지표를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우리의 반도체 주요 수입과 수출 대상지역인 중국 도시의 봉쇄로 반도체 관련 수출입이 차질을 빚은데 따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리 수출 주력 6대 품목 비중을 보면 반도체가 21.4%, 석유제품이 9.5%, 석유화학 7.9%, 기계 7.2%, 자동차 6.8%, 철강 5.7% 순이지만 이중 무역흑자의 최대 품목은 반도체이고, 최대 적자 품목은 에너지이다.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대중 반도체 수출 차질과 에너지 급등에 따른 수입물가 적자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대중 반도체 수출길이 봉쇄되고 에너지 수급불균형이 이어진다면 무역적자에서 벗어날 길이 없을지도 모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대러시아 봉쇄에 나섰다가 물가 폭등에 시달리고 있고, 한 겨울 난방을 위해 나무장작을 비축해야 할 판이라는 외신보도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닌 장차 우리가 겪어야할 수출전선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수출 주력 품목이자 흑자 기조의 일등 공신이었던 반도체 수출의 63%가 중국이었기 때문에 대중극 견제를 위한 미국 주도의 갖가지 동맹에 참여해서 빼도박도 못하는 국면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가 취임하자마자 한국이 중국을 공급망에서 완전 배제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가장 먼저 가입한데 이어, 중국을 '구조적 도전'국으로 정의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에 참가해 묵시적으로 중국배제 동맹에 참여했다. 그것도 모자라 산업측면에서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반도체 공급망 봉쇄 작전에 합류해달라는 요구까지 받고 있다.

 

문제는 동맹이후 중국의 맞불전략에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인데 넙죽넙죽 한쪽 동맹에만 올인 하는 투기적 외교전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아무리 반도체 생산국이라지만 소재가 있어야 생산도 가능하다. 또 생산한 반도체를 사줄 시장이 있어야 생산도 가능하다. 3년 전 우리는 일본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불화수소 등 핵심소재를 한국에만 전격 수출금지 조치하는 치욕을 당한바 있다.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일제 강점기 위안부와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문제 삼아 우리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생산에 일대 타격을 준 사건이다. 이제는 미국이 우리 목줄을 죌 수 있는 갖가지 동맹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군사, 가치동맹에 이어 이번에는 반도체 동맹이다. 한반도는 북대서양도 아닌데도 북대서양의 군사동맹인 나토 정상회담까지 가야할 이유가 있었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외교의 기본은 자국 이익과 자국민 보호이다. 들러리 외교로 국익을 손상시키고 자국의 생존권을 위태롭게 하는 어떤 외교와 동맹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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