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당선인, 당선사례로 허송세월할 때 아니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7일후면 대한민국 제 20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그런데도 TV화면속 윤 당선인의 모습은 선거유세중인 자료화면 인가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전국을 순회하며 공약을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약 이행은 현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국정과제 110개를 추스르고 발표하겠다고 한 만큼 굳이 현장까지 가서 유세처럼 보이는 약속을 반복하는 게 맞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당선과 함께 사실상 지금까지 당선사례를 내세워 지방 순회에 나서야할 때는 아니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은 중국 남부 해안지역을 돌며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소위 남순강화(南巡講話)와는 성격이 다른 것 같다. 덩샤오핑이 지난 1992년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천안문 사태 후 경색된 중국 지도부의 보수적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상하이, 선전(深圳), 주하이(珠海) 등 남방 경제특구를 순시하면서 더욱더 개혁과 개방을 확대할 것을 주장한 담화를 일컬어 남순강화라고 한다. 이를 계기로 중국은 더욱더 개혁개방에 속도를 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는 지도자가 위기시 어떤 모습으로 국면을 전환해야하는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덩샤오핑은 1989년 6월 4일, 중국 베이징시의 중앙에 있는 천안문(天安門 텐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한 학생과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한 이후 1991년 구(舊)소련과 동구권 붕괴까지 이어져 개혁개방 정책에 차질이 생기자, 경제 활성화를 되살리기 위해 1992년 1월 당시 중국 남부를 시찰하면서 개혁·개방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것이다. 급변하는 국내외 정치 경제 환경에 대담한 정책 선회였기 때문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에 이은 과감한 개방개혁을 알리는 남순강화이었다. 남순강화를 계기로 중국은 개혁·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중국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지도자의 행보에 따라 얼마든지 극과 극의 상황이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남순강화와 당선사례는 달라 보인다. 당선이후 2개월이라는 대통령직 수행 공부는 짧을 수 있다. 외교와 국방 그리고 내각을 꾸리는 인재발굴까지를 고려하면 더욱더 그렇다. 산적한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눈앞에 국회 상황만 봐도 그렇다. 취임과 함께 집권당의 무력함을 절절히 실감할 수 있는 사태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검수완박이 취임전에 국회에서 거침없이 처리됐다. 국정과제 110여개도 국회에서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 수두룩 한 마당에 근 2개월째 당선사례에 골몰하는 모습은 앞뒤 순서가 뒤바뀐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명한 총리부터 장관까지 혹독한 청문절차로 벌써 교육부총리 후보자가 낙마하고 또 다른 후보자들의 검증과정에서 온갖 찬스 등이 나와 당선인에게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 기나긴 당선사례는 스스로 짐을 가중시키는 모습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원유 가스 곡물 등 원자재값 폭등이 몰고 온 물가와 이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등 경제상황도 당장 떠맡아야할 발등의 불이다. 무역적자가 지난해 12월 이후 2월을 제외하고 이어지고 있고 당선인이 공약한 당장 추경이 이어질 경우 재정적자 부담도 이어지는 소위 쌍둥이 적자가 고착화할 조짐이다.

 

누가 봐도 한가롭지 않는 긴박한 국내외 정치 경제 환경에서 2달여 계속된 당선 사례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당선사례를 내세워 오는 6월 1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다. 오히려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수행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 지방 선거에 나서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바꿔 생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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