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법 겉도는 산업현장 법 따로 현장 따로인가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가장 최근인 지난 20일에는 전남 여수의 율촌산업단지내 현대건설의 100% 자회사인 현대스틸산업 현장에서 또 한  작업자가 사망했다. 이 역시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 사고사 였다.   길이와 지름이 각각 10m와 50㎝이고 무게가 3t가량인 금속파이프를 지게차로 옮기는 작업 중 신호수를 맡은 하청업체 소속 50대 노동자가 거치대에서 파이프가 굴러 떨어지는 파이프 사이에 끼어숨졌다. 판박이 같은 사망 소식이다. 업무상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투신부터 건설과 산업현장에서 반복되는 사건 사고를 보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있으나 마나 한 법처럼 보인다.

 

이처럼 산업현장의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 비슷한 유형에 비슷한 참사이다. 이를 막자고 지난 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도 무색할 지경이다. 안전보건관리 조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노동자 1명 이상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노동자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면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보기에 따라서는 사업주에게 가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법 시행이 3개월이나 지났지만 오히려 산업현장에서는 사망과 사건이 더 늘고 있다. 누구하나 처벌된 사업주가 있었다는 뉴스보다는 사건 사망자 수만 늘고 있다.

 

최근 3년(2020~2022년)간 1~3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에 발표된 산업 현장에서의 사망 인원을 집계한 결과 올해 사망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75명) 대비 61% 증가한 121명으로 나타났다. 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46명, '깔림' 20명, '끼임' 18명, '충돌' 16명 순으로 추락사고가 가장 많았다. 추락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3% 이상 늘었다. 사망사고의 상당 부분은 건설 현장에서 발생했다. 사고를 줄이자고 도입한 법을 무색케하는 사망 사고이다.

 

사망 사고의 현장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위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과 계룡건설, 코오롱글로벌, 한화건설 등 주요 건설현장에서 발생했다. 굴착기 전복에 의한 깔림, 낙하물 피해, 구조물 끼임 등으로 인한 사망사고 등이다. 추락사고 원인중 바닥판 붕괴, 리프트 및 외벽 작업 등은 여전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의 사건 사고를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된 셈이다.

 

산업현장의 사건 사고는 일종의 불량품이나 다름없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업현장의 사건 사고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안전에 대한 불감증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완제품이라고 하기에는 이르다. 무재해야말로 산업현장에서 추구해야 할 완성품의 기준이 돼야 한다. 그러자고 중대재해처벌법까지 도입했던 배경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해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산업계 시각이다. 처벌이 목적이 아닌 산업현장의 안전을 실현시켜보자는 취지의 법이 보는 이에 따라 고무줄처럼 바라보는 것 자체가 안전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사람이 다치고 죽어가는 현장을 바로 잡자는 법을 안착시키기도 전에 손봐야겠다는 시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법이 있어도 사망 사고가 증가하는 판에 마지노선마저 후퇴시킨다면 있으나 마나한 누더기 법으로 결국 다치고 죽어가는 사람만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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