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문회,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처럼 공익 능력 살펴봐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신구 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사사건건 출동하고 있는 여야가 19일 오후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모처럼 이창용 한국은행(한은) 총재 후보자에 대해 청문보고서를 표결 없이 채택했다. 청문 보고서에는 이창용 총재 후보자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도 담았다. 지난 달 말로 임기가 끝난 이주열 전 총재 후임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이 후보자에 대한 신구 권력간 대립양상을 보인 바 있지만 기재위 보고서는 이 같은 우려를 씻어내는 문구로 가득하다.

 

기재위는 보고서에서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외환위기 대응 등 경제현안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고,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 등의 보직을 거쳐 정부 실무경험을 갖췄을 뿐 아니라 아시아개발은행(ADB)수석 이코노미스트,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으로 활동해 다양한 정책 실무와 국제 경험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밝혔다. 이어 기재위는 "후보자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한은 본연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고 한은 정책목표에 '고용안정'을 부수적 목표로 추가하는데 긍정적 의견을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기재위가 한은 총재에게 ‘고용안정’까지 기대하는 이색 보고서다.

 

한은 총재 청문회 절차를 보면 여야가 인물을 검증하고 평가하는데 인색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한은 총재도 청문회 대상이지만 정치색보다는 과거 행적과 미래 능력 가능성을 살폈다는 점에서 청문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차기 정부가 고통스럽게 받아들여야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와 증세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표결 없이 청문보고서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 인상 신호를 줘야한다거나 재정적자 부담을 덜기 위해 부가가치세 인상론도 피력했다.

 

서면 답변과 발언을 압축하면 긴축과 금리 인상으로 요약된다. 당선 되자마자 추경을 공약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정부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뉘앙스이다. 여야가 그런 정책의지가 엿보이는 한은 총재 후보자에게 반대 없이 청문보고서를 채택한 만큼 한은이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펴는데 양 날개를 일단 단 셈이다.

 

하지만 이창용 후보자가 직전까지 근무했던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가운데 물가와 부채 급등까지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다중 표적삼아 정책수단을 펴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물가는 폭등하고 가계와 국가채무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데 금리 인상은 양날의 칼처럼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청문회때는 미래 능력을 기대하고 통과시켰지만 통화정책에 따라 얼마든지 따지고 나설 수 있다.

 

이창용 총재가 취임하면 청문 보고서처럼 능력을 보여줄 차례이다. 윤 당선인 정부는 실력과 능력을 우선한다니 더욱더 그렇다. 현 정부가 지명한 인사도 차기 정부에서 실력을 발휘하면 국가 인재 발탁이라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능력과 실력을 앞세운 차기 정부 내각 후보자들을 보면 본인 찬스의 능력은 출중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능력이 공직이라는 공익목적과는 부합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국회에서 후보자를 검증하는 인사청문회는 본인 찬스에 강한 후보자를 걸러내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설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그동안 수없이 봐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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