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구 권력...한은 총재 자리 갈등할 때인가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한은) 총재 후임으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국장을 지명했다. 한은 총재 임기가 정권 인수기간과 겹쳐 현 문재인 정부와 윤 당선인측 인수위원회간 한은 총재 임명 주도권을 놓고 주목을 받아왔지만 현 정부가 예정대로 인사권을 행사했다. 분위기로 보면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마지막까지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지명을 하자마자 신구 권력간 사전 조율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윤 당선인 비서실장간 의견교환이 있었지만 공식 절차가 아니라는 이유로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측은 “한은 총재 직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되었다”고 밝혔지만, 윤 당선인 측은 “한은 총재 인사 관련,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기자들을 만나 “(청와대가) 발표하기 한 10분 전에 이철희 정무수석이 전화해서 ‘이창용씨 어때요'라고 해 ‘좋은 분이죠'라고 한 게 끝”이라며 “협의를 거쳐서 추천 절차를 밟은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발표하려고 해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양측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이창용 지명자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총재 지명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신구 정권간 볼썽사나운 권력 다툼으로 보인다. 물가와 통화정책은 정권과는 무관한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창용 지명자는 그의 이력으로 볼 때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경제학자이자 교수 그리고 공직과 국제금융기구까지 두루두루 경험을 쌓아왔다는 점에서 누가 임명하든 논란의 여지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지명후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남아있지만 지금까지 행적을 볼 때 그렇다. 현 정부든 차기 정부든 모두 수긍할만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창용 지명자는 어쩌면 윤 당선인측을 배려한 측면도 엿보인다. 이명박 정부시절 인수위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경력이 있고 이후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지냈기 때문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현 정부가 지명한 사람을 윤 당선인측에서 받아들였다라는 뉴스를 보고 싶었지만 이마저도 갈등으로 불거졌다.

 

3월 10일 윤 당선인측과 현 정부 간 하루도 바람잘날 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제한된 인수 인계기간에 모든 것을 주고 받아야할 사안들이 산적할 텐데도 말꼬리 잡아 상대측에 빌미를 주고 있는 모습이다.

 

‘아름다운 퇴장’과 ‘떠날 때는 말 없이’를 보기도 어렵게 됐다. 국민이 보기에는 정부는 하나이다. 들어오는 정권이나 떠나가는 정부도 대한민국 정부이다. 자리만 바뀌었을 뿐이다. 바뀐 자리는 어색할 수 있기 때문에 인수 인계기간이 필요하다. 그만큼 조율이 필요하다. 지금은 문자 그대로 인수위원회가 현 정부를 인수하는 기간이다. 현 정부의 공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파악한 이후 판단은 취임 후 해도 늦지 않다. 취임도 전에 현 정부를 재단하려는 모습은 갈등으로 비춰진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은 인수 기간이다. 하루라도 지체 말고 현 정부의 업무파악에 힘써주기 바란다. 코로나가 인수위원회마저 뚫고 들어가 격리자가 속출하는 마당에 양측 간 갈등으로 인수 인계 절차가 지연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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