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관위, 투표관리 부실 예견된 참사 기가 막힌다

본투표시 재발방지 세워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지난 5일 제 20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사전투표장에서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이미 투표를 한 용지를 투표하려는 유권자에게 재교부하고, 투표한 용지를 밀봉된 투표함이 아닌 지퍼백, 쓰레기봉투, 쇼핑백, 라면 박스, 플라스틱 바구니 등에 넣어야했다. 선거의 공정성을 관리하는 헌법기관이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관리한 사전투표 현장에서 있었던 상황이었다.

 

유권자중 코로나 확진자와 동시 투표를 진행했던 오후 5시 이후 벌어진 사전투표 현장은 보기에 따라서는 쓸모없는 종이짝 버리라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지난 1963년에 출범한 중앙선거관리위회가 60여년간 선거관리를 해오는 동안 가장 최악의 사태를 자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5년이라는 대비와 대응을 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강행한 선거관리 참사로 기록될만하다.

 

코로나 발발 3년째에 국회의원 선거, 서울 및 부산 등 지자체장 보궐선거 등의 선거가 있었고 대유행에 따른 확진자 투표규정까지 급조해서 사전투표에 임했지만 선관위의 안일하고 권위적인 결정이 빚은 참사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가 확진자에 대한 투표를 비확진자 투표이후인 6시부터 하자는 제안을 일축하고 5시부터 동시 투표를 강행한 게 화근으로 보인다. 또 1개 투표소 1투표함을 고집하다가 기표소와 투표함이 멀리 떨어진 확진자 대책이 부실했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그 와중에서 4일과 5일 치러진 사전투표에는 전체 유권자중 36.93%나 참여한 신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사전 투표율 36.93%는 전체 유권자중 1632만여 명으로 지난 2014년 전국단위 선거에 도입된 후 2017년 대선(26.06%)과 2020년 총선(26.69%)보다 10% 이상 높은 유의미한 선거문화를 보여줬다. 그런 한편에서 최악의 부실 선거관리도 동시에 보인 것이다.

 

부실관리의 주범은 선관위다. 자가격리자 사전투표를 5일 오후 5~6시로 시간을 겹치게 해 놓고 기표소와 동선만 분리한 지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법규에 따라 투표함은 1개만 두었고, 확진자 투표지는 소쿠리에 담아 옮긴다는 매뉴얼이었다. 라면박스, 지퍼백, 쇼핑백, 심지어는 쓰레기봉투가 소쿠리로 둔갑했다. 소쿠리는 오픈된 것이다. 투표함은 밀봉을 원칙으로 하지만 소쿠리를 확진자용 투표함으로 매뉴얼을 만들었다니 기가 찬다.

 

게다가 코로나 확진자 대유행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에 대비해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자가격리자 투표시간을 오후 6시~7시30분으로 제안한 것도 무시한 결과이기도 하다. 확진자와 동시투표를 굳이 강행시켜서 자초한 일이다. 사전투표의 경우 전국 어느 투표소에서 가능하지만 거주지와 비거주자와도 동선이 달라 투표시간이 차이가 나는 마당에 확진자의 경우 확인절차를 3단계나 추가로 거쳐야하는 불편함도 요구했다. 투표용지마저 확진자를 구별하는 꼴이다.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9명(대통령 임명 3명, 국회 선출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의 위원회로 구성, 관례상 대법관이 위원장으로 임기는 6년이다. 장관급인 사무처 총장과 차관급 사무차장을 두고 전국 읍면동까지 선거관리를 지휘 감독하고 있다. 잘못된 매뉴얼과 지휘 감독이 부실하면 대혼란을 자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사전투표일에 위원장마저 부재중이었다는 언론보도는 총체적 부실을 대변한다. 그러고도 유권자 탓으로 돌리는 선관위의 후안무치는 스스로 부실을 고백한 셈이다.

 

문제는 위원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한 경우,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가 아니면 해임·해촉·파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확진자에 따른 재택치료자 100만명이 투표에 임해야 하는 사전투표와 본투표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부실 선거관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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