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러, 우크라이나 침공...평화안전은 무엇으로 지켜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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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우리는 지금 전쟁 위기와 재난 위험을 동시에 겪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평화유지 명분을 내세워 침공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17만명으로 폭증하고 있는 시기에 말이다.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남쪽 크림반도를 침공 합병한 데 이어 이번엔 동쪽지역 친러 정권의 독립명분을 내세워 러시아군을 이동시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 러시아 반군이 수립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을 우크라이나로부터 일방적으로 분리해 독립시키는 법안에 21일 서명한 뒤, 평화 유지를 명목으로 러시아군 진입을 지시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미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포위상황이라 본격 전쟁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동안 우리의 주요 교역국인 러시아가 가스와 곡물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 일부를 강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보면 우크라이나 내에도 친서방과 친 러시아 세력의 존재가 크림반도에 이어 이번 동부지역에서도 침공의 빌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어떻게 해서든 러시아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서방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옛 소비에트연방공화국(소련) 일원인 우크라이나의 행보에 좌시할 수 없다는 러시아의 무력행사로 평가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도 서방과 러시아의 각축장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근대사를 소환하고 있다. 소련시절 연방공화국중 핵무기와 미사일 등 최강의 군사기지였던 우크라이나가 소련 연방해체 이후 분리 독립과 함께 안전과 항구적인 독립을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이들 핵무기 등을 러시아에 넘기고 해체했지만 돌아온 건 무너진 국경선이었다. 독립을 지키기 위해 서방의 나토동맹의 일원으로 가려는 움직임에 러시아가 단호히 거부권을 행사한 조치가 이번 친 러시아 동쪽 지역 공화국 독립 승인을 빌비로 침공한 것으로 외신들은 풀이하고 있다.

 

서방 유럽과 정치군사적 대척점에 있는 러시아의 징검다리역할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처지는 어쩌면 중국과 러시아를 안고 있는 북한과 미국과 일본의 방패역할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 국가 내에서 정치와 이념을 달리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한 얼마든지 분열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과 이빨 빠진 호랑이는 고양이보다 못할 수 있다는 엄혹한 정치 상황 때문이다. 가스와 세계 3대 곡물수출인인 경제적 자원 국이면서도 이념적으로는 동서로 분열되고 군사적으로는 핵을 포기하고 자주국방에 소홀했던 댓가를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서방 유럽 군사동맹인 NATO의 동쪽 최전방 쪽이지만 러시아입장에서는 한때 연방이 NATO에 접근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것을 이미 지난 2014년에 크림반도에서 보여준 바 있다. 지난 1994년 우크라이나가 미국, 러시아, 영국 및 주변국들이 안전과 독립을 보장받는 대신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기고 핵 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다는 내용의 부다페스트 협약도 종잇장처럼 쉽게 찢겨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1991년 우크라이나는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할 때 핵폭탄 5,000발, ICBM 170기 이상을 보유한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다. 부다페스트 협약 체결이후 핵무기 완전 해체를 선언한 1997년 이후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는 것을 핵을 열망하는 국가들에게 반면교사로 보여줬다.

 

핵을 보유해서 자력갱생을 하느냐와 핵 보유를 시도하기 위해 국제 제재를 감수해야 하느냐의 화두를 북한에 던진 반면 우리에겐 핵이외의 자주국방만이 스스로 주권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또 우리에겐 이념으로 갈라진 국가 분열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큰 우크라이나 사태다. 전쟁과 바이러스 창궐이라는 재난도 결국 사람의 희생을 볼모로 한다는 점에서 예방 전략의 필요조건이 무엇인가를 물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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