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英∙美,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무례

올림픽은 정치와 이념 배제하는 축제라는 걸 보여주길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제24회 동계올림픽이 4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눈과 얼음의 대축제', '함께하는 미래(Together for a Shared Future)‘라는 기치 하에 91개 나라, 2천900여 명의 선수들이 출전, 15개 종목 109개의 금메달을 놓고 스포츠 정신을 빛낸다고 한다.

 

스포츠 정신은 공정한 경쟁, 반칙이 없는 겨루기라는 점에서 하계와 동계올림픽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초 근대 올림픽의 시발은 프랑스 청년들의 사기를 높이자는 뜻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운동 마니아 였던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은 전쟁에 치진 프랑스 청년들의 신체를 단련하고 국민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운동경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이를 확대해 스포츠를 통한 인간의 완성, 국제평화의 증진을 목표로 근대 올림픽이 지난 1896년부터 시작돼 1,2차 세계대전상황시 빼고는 빠짐없이 매 4년마다 각국에서 열렸다.

 

우리도 지난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에 이어 30년 후인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바 있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지난 2008년 하계올림픽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하계에 비해 종목수는 단촐하지만 눈과 얼음이라는 극한을 극복하는 종목들이라 하계 못지 않은 스포츠 정신을 엿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은 이유다. 마치 지금의 상황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로나 라는 역병이 지구촌 곳곳을 엄습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의 선수들이 이를 무릅쓰고 각자의 기량을 겨룬다늠 점에서다. 

 

그런 면에서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코로나라는 지구가 당면한 엄혹한 시련에 당당히 맞서는 스포츠 정신을 일깨우는 상징적 축제이기도 하다. 이런 축제를 앞두고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도국가들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내세워 대통령 및 부통령 등 고위급 인사들을 축하사절로 참석하지 않은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해 불참하는 유감을 남겼다.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스포츠맨십은 어느 편이든지 훌륭한 경기 기술에 대해 환호하는 것이다. 규칙과 판정에 깨끗이 승복하는 것도 빠질 수 없는 스포츠맨십이다. 올림픽은 스포츠맨십을 다짐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지구촌 잔치에 재를 뿌리는 선도국의 오만이다. 동계올림픽인 만큼 사계절이 뚜렷하지 않는 많은 국가들이 참석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주요국인 미국과 영국 등이 중국의 인권문제를 빌미로 축하사절을 보내지 않은 것은 옹졸한 외교적 결례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또 있다. 중국을 혈맹이라고 부르는 북한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를 이유로 선수단을 보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초부터 연일 미사일 쇼를 펼치면서도 정작 코로나를 핑계로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았다니 코로나가 미사일보다 더 힘든 상황인가 보다. 미국과 영국 등 선도국의 외교적 보이콧 못지않은 이례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가 미사일 쇼보다도 무섭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봉쇄와 차단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미 각국은 코로나를 일종의 토착 바이러스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함께 가자는 선언들이 주요국들부터 시작됐다. 지난 2년간 겪어보지 못한 시련에 얻은 결론은 코로나도 이전 역병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런데도 북한만은 코로나를 빌미로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쇄국을 천명한 바나 다름없다.

 

냉전체제하에 중국과 미국이 지난 1972년 수교를 한 것도 탁구라는 소위 핑퐁외교에서 결실을 맺었다. 스포츠는 정치적 이념도 녹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대규모 선수단과 함께 김여정 김영남을 특사로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감정과 대결을 절제하자는 스포츠 정신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코로나라는 지구촌 역병을 함께 치유할 수 있다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경기 기간 동안만이라도 긴장과 정치적 이념을 잠시 쉬었다 가는 축제이길 바란다. 그게 올림픽 정신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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