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폭이라는데 왜 전투기 두 대가 똑같은 장소에 폭탄 투하했나

폭탄이 떨어진 지점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30㎞ 떨어진 위치 "아찔"
공군 "1번기 조종사 좌표 입력 실수"…지상·상공·투하전 확인에도 안 걸려
좌표 잘 입력한 2번기 조종사도 따라서 오폭…항공기 관제도 '부실'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오폭이라는데 왜 전투기 두대가 똑같은 장소에 폭탄 투하했나. 공군 전투기의 포천 오폭은 여러가지 미스테리가 남는다. 조종사의 '타이핑 실수'로 민가에 오폭했다고 하지만 숙련된 조종사 두명이 나란히 같은 장소에 오폭을 했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3차례 교정 기회를 다 놓쳤다고 한다. 

 

특히 폭탄이 떨어진 지점은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30㎞ 떨어진 위치다. 전투기는 30km의 직선 거리를 순간적으로 주파할 수 있는 거리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다.

 

6일 오전 10시4분쯤 KF-16 전투기 2대가 MK-82 폭탄 각각 4발을 경기 포천에 비정상 투하했다. 폭탄 8발은 본래 목표 지점인 사격장으로부터 8km 벗아난 민가에 떨어져 가옥을 대파하고, 주민 1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군은 공군 전투기 2대가 경기 포천에 오폭한 원인을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종사가 폭탄이 떨어질 좌표를 전투기에 잘못 설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투기 한대가 그렇다 하더라도 두번째 전투기도 똑같이 좌표를 잘못 설정했다는 것인가? 이 대목에서 의문이 남는다.

 

연합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공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KF-16 전투기 2대가 폭탄을 잘못 투하한 원인을 두고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는 조종사의 진술과 실제 오입력된 좌표를 확인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나 전투기 두 대 중 1번기는 좌표를 잘못 입력했다고 하더라도 2번기도 똑같이 좌표를 잘못 입력했다는 것인가? 2번 전투기가 오폭한 경위는 아직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 훈련은 1번기와 2번기가 동시에 폭탄을 투하하는 방식으로 계획됐다고 한다. 따라서 1번기가 폭탄을 투하하자 2번기도 곧이어 투하 버튼을 눌렀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2번기 또한 1번기처럼 별도로 좌표를 입력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2번기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추가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군 전투기의 오폭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2004년과 2006년 각각 F-5B와 F-15K 전투기가 연습용 폭탄을 오폭한 사례가 있지만,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군 당국은 조종사 과실 외에 기체 결함 등 다른 원인이 있는지도 파악할 계획이다. 공군은 사고 이후 박기완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와 피해 상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

 

이번 초유의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는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에서 비롯됐다는 게 군 당국의 1차적인 판단이다. 실수로 좌표를 잘못 입력할 수는 있지만, 이후 3차례나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냥 지나친 것으로 보여 의구심이 남는다. 조종사의 안일한 훈련 자세에 비판을 할 수 있지만, 1번기에 이어 2번기도 똑같은 오폭을 했다는 점에 대한 의구심도 풀리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10시 4분께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에 참가한 한국 공군의 KF-16 2대가 MK-82 폭탄을 각 4발씩 총 8발을 비정상적으로 투하했다.


군 당국은 브리핑에서 사고 원인을 '조종사의 좌표입력 실수'라고 밝혔다. 당시 KF-16 두 대가 편대 비행을 하며 MK-82 폭탄 동시발사 전술훈련을 진행했는데, 1번기 조종사가 폭탄 투하 좌표를 잘못 입력해 먼저 폭탄 4발을 잘못된 지점에 투하했고, 뒤따라오던 2번기 조종사는 제대로 된 좌표를 알고 있었지만 1번기를 따라 투하했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다.

 

문제는 실수가 있었더라도 바로잡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그냥 지나쳤다는 점이다. 공군에 따르면 조종사는  전투기 탑승 후 좌표가 입력된 저장장치를 전투기에 연동할 때,  비행중 등 두 차례 좌표가 정확한지 확인해야 하고,  좌표 지점에 도착했을 때 맨눈으로 표적을 확인하는 등 총 3차례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2번기 조종사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도 논란이다. 2번기 조종사는 좌표를 제대로 입력해놓고도 1번기를 따라 오폭했다. 공군은 '동시발사 전술훈련'이었기 때문에 2번기 조종사의 입력 좌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1번기가 잘못된 곳에 폭탄을 투하했다는 점을 알아챘다면 폭탄 투하에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해당 조종사들의 건강 상태나 음주 여부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공군 당국은 "현재까지 조종사들에 대해 사고 조사 과정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음주나 건강 상태는 좀 더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더라도 1,2번기가 나란히 오폭을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어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전투기에 대한 항공기 관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정된 항로를 따라 비행하지 않은 두 전투기에 대해 관제실에서 신속히 알려 교정했다면 초유의 사고를 막았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폭탄이 떨어진 지점은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30㎞ 떨어진 위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투기에서  30㎞ 거리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주파하는 거리다. 하마터면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의 계기가 될 뻔해 아찔한 순간을 보냈던 셈이다. 따라서 철저한 조사와 후속 대책이 요구된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6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공군은 이번 비정상 투하 사고를 엄중히 인식하고 철저히 조사해 문책할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항공 무장을 다루는 모든 요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확인 절차를 보완하겠다"고  그는 “국민과 해당 주민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1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기획·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