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노무현·박근혜·이재명도 같은 잣대로 물었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대한민국 헌법 제44조 1항과 2항은 국회의원 체포여부에 관한 조항이 명시돼 있다. "1항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2항은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 "이다.  

 

불체포 특권은 입법부인 국회의원의 정당한 권리이다.  국회의원이 살인, 강도, 마약 등 현행범인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할 수 없다는 법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라 1603년 영국에서 국회의원특권법(Privilege of Parliament Act)에 의해 처음 법으로 제도화한 이후 미국에서는 이를 연방헌법으로 명시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도 제도화했다.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지난 27일 대한민국 국회가 대장동 개발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시켰다. 1표 차였지만 회기 중 국회의원을 체포하면 안 된다는 입법부의 지적이라고 본다. 행정부 소속인 검찰이 청구했고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입법부인 국회가 아니라고 일단 선을 그은 것이다. 갖가지 정치적 해석은 둘째치고 대한민국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라는 삼권이 나뉜 국가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국회는 국민을 대변하는 곳이다. 국회는 이번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 이전에 역대 대통령도 거침없이 아니면 아니라고 했다. 국회는 지난 2004년 3월 12일 국회 재적 의원 271명 중 193명의 찬성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다. 당시 여야가 주도한 탄핵이었다. 특히 현 더불어민주당도 가세한 탄핵 표결이었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 제36조 제3항에 따라 국회가 신청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 "이 심판청구는 탄핵 결정에 필요한 재판관 수의 찬성을 얻지 못하였으므로, 이를 기각한다"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6개월여만에 대통령직에 복귀했다.

 

국회는 또다시 국정농단 논란에 휘둘리고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들고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발의한 탄핵안에 지금의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도 가세했다. 불과 6년 전인 2017년 3월 10일 국회는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을 299명이 참석해, 찬성 234표로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야 3당 소속 의원 171명뿐만 아니라 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소속 의원 128명 중 62명도 합세한 결과였다. 이번 이재명 대표 불체포 특권 표결에 기권 및 무효표보다다 몇배나 많은 반란표였다. 이를 헌법재판소는 받아들였다.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 10일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것이었다. 이로써 입법부인 국회와 사법부 격인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정부 수립 이래 최초로 대통령을 파면시켰다.

 

이같은 전례를 비춰볼 때 이번 이재명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야합이라 할 수는 없다고 본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스스로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투표로 부결시켰기 때문이다.

 

야합이라면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라고 할 만하다. 입법부가 헌법재판소에 그 여부를 물었지만, 헌법재판소 역시 9명의 재판관의 심리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은 복귀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두고 악법이라 말할 수는 없다. 국민을 대리한 국회의원이 선택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 입법부와 사법부가 누구도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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