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펠로시 방한이 남긴 후폭풍 바람직하지 않지만...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지난주 1박2일의 방한을 두고 미국과 중국 그리고 국내 매체들까지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았다는데서 비롯됐다. 우리는 윤 대통령이 휴가를 중단하고 만나야할 현안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미국 대외서열 3위인 펠로시 하원의장을 한국 대통령이 만나지 않았다는 것이 미국 측에게는 모욕을 준 것이고, 중국에게는 당당한 외교로 아전인수 해석을 늘어놓고 있다. 그가 떠난 이후에도 이 같은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 전직 관료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을 모욕한 것이라고 본다”고 VOA(미국의소리)가 6일 밝혔다. VOA는 ‘미중갈등 촉발한 펠로시 타이완 방문…미국 핵심 동맹 한국 역할은?’이라는 주제로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과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와 대담을 소개한 것이다. 두 사람간 대화내용을 보니 한마디로 우리 외교를 미국 잣대로 엿장수 엿 자르듯 재단하는 격이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과 관련 “한국은 한반도를 넘는 국제적 역할에 대해 항상 이야기 한다. 하지만 상황이 다급해지면 한국은 중국을 불쾌하게 할 어떤 행동에도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한다”라며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에 너무 많이 의존한다. 한국은 과거 중국이 자신들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일에서 거리를 두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리스 전 실장도 “(펠로시 의장이) 한국 지도자(윤 대통령)를 만나지 못한 건 매우 우려된다. 실수였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측이) 중국을 달래려는 계획이었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을 모욕한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공동의 가치를 수호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세계에 보냈다. 그런 가치는 동맹과 서방을 규정하는 것인데도 말이다”라며 “그것은 우리가 (중국·러시아 등과) 어떤 면에서 다른지, 21세기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들의 발언이 더 모욕적이다. 휴가 중인 대통령이 자기네 하원의장의 방한일정에도 없는 대통령 면담을 하지 않았다고 동네방네 떠들 일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명색이 전직 미국 국무부에 근무했던 고위 인사들의 발언이라고 보기에는 대단히 부적절해 보인다. 누가 봐도 한국은 군사적으로 아시아 최전선에서 미국의 국가 안보를 지키고 있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펠로시 하원의장도 방한 일정중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았다. 그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를 한반도에 배치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사드로는 북한 미사일의 겨우 한반도 지역 내에서 방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사드는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1차 신호를 탐지해서 일본과 미국에서 요격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 사드 때문에 중국은 한국에 대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제재를 하고 있다. 우리가 미국과 군사적 동맹이라는 이유하나로 경제적 보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전직 미국 국무부 관료들이 할 소리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에 앞서 중국의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도 4일 "(윤 대통령이 아닌) 김진표 국회의장이 펠로시 의장을 만난 것은 예의 바르게 보이고(looks polite), 국익을 보존하는 조치였다"며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면회담을 피했다는 중국 전문가들 분석을 인용한 것이다. 뤼 연구원은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회담했다면 대만 관련 주제가 언급됐을 것이고, 한국 정부는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한국은 중국을 화나게 하거나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립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최대 안보 동맹국인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게 한국 정부의 최대 과제 중 하나가 됐다"는 분석을 한 바 있다. 여기에 국내 여론도 국익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났어야 했다는 의견이 60%가 넘는다.

 

대통령의 휴가 중 일거수일투족이 낳은 설왕설래들이다. 대통령실은 휴가 중 행보가 낳은 외교적 구설들 분석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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