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가 국기문란 자초했나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간발의 차이로 운명이 엇갈렸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지도자 리스크에 직면해 있는 듯 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다시 도전을 위해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이달 28일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도전에 나섰다. 대선에서는 대통령후보로 지방자치단체선거에서는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했지만 대선에서는 간발의 차이로, 이어진 지선에서는 참패를 이끌었다. 그러고도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분은 ‘국기문란’이라는 말을 즐겨하는 것 같다. 두 분의 ‘국기문란’이란 말 앞뒤를 보면 같은 말 다른 뜻이다. 윤 대통령은 전 정부와 현 공직사회에 대해 ‘국기문란’이란 말을 동원했고, 이재명 후보는 3일 윤석열 정권에서 이뤄지고 있는 자신을 향한 검찰과 경찰의 여러 수사에 대해 '국기문란'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이 보기에는 ‘국기문란’의 단초는 두 분이 제공하지 않았나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된다.

 

대통령이 됐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통령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멀쩡한 경찰지휘 체계를 30년전으로 되돌려 행정안전부내 경찰국 지휘를 받게 해서 경찰이 반발하자 ‘국기문란’이라 했고,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이 됐으면 모든 죄가 면죄부를 받았을텐데 갖가지 고소 고발에 수사망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수사망을 국기문란 이라 한다.

 

이 후보는 "정치 경제 선진국 중 범죄를 찾아 처벌하는, 그야말로 그 사회의 가장 초보적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수사권을 가진 검경이 그 권한을 가지고 정치에 개입하고 영향을 주고 특정 정치세력의 정치적 이익에 복무하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것은 가장 심각한 국기문란으로 법 적용은 공평해야 한다"며 "법 앞의 평등이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고 토로했다. 맞다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그건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과 2항은 이를 가장 압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1조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고 1조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누가 봐도 법 앞에 평등할 수밖에 없다. 두 분은 다 사법고시를 거쳐 검사와 변호사를 평생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법을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법률 용어를 즐겨쓴다. 굳이 국민이 몰라도 될 용어들이다.

 

윤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스타 장관이 되라고 주문했지만 정작 장관들은 국기문란을 자초했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부총리 내정자는 누가 봐도 흠결 투성이를 내세워 낙마를 이어갔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가 다시 창궐중인데도 공석이다. 산하 질병관리청 청장은 코로나 대응책으로 과학방역을 들고 나왔지만 듣고 보니 휴가 가기였다. 청문회 절차도 거치지 않고 어렵사리 등판한 박순애 교육부 장관겸 사회부총리는 뜬금없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 카드를 들고 나와 학부모와 교사들로부터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반발이 거세지자 박 부총리는 2일 “어떻게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느냐”며 한 발 물러섰고, 대통령실도 “여러 장점이 있더라도 국민 뜻을 거스를 순 없다”며 윤 대통령이 “신속히 강구하라”한 지시한지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입장을 번복하지 않았다면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발이 이어졌을 것이고 또다시 국기문란이라는 말이 나왔을 상황이었다. 그러는 동안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철벽 지지층이라는 30%대마저 무너졌다. 지지층 내에서도 우려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 대통령이고 또 대통령이 될 뻔 했던 두 분 입에서 ‘국기문란’이라는 말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 생각이 있다면 국기문란의 단초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생각해보시라. 나라는 태평스럽고 국민은 평안하게 하겠다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의 꿈을 안고 나선 두 분이 나라는 국내외로부터 시련에 시달리게 하고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고 국민은 오히려 두 분을 걱정하고 있다. 이 무더운 여름날에 판소리 ‘춘향가’중에서 감미롭고 애절한 사랑가 아니라 자꾸 어사출도(御使出道) 대목만 떠오르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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