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칩4 동맹' 여부...우리도 필요한 건 흑묘백묘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죽의 장막’을 쳤던 중국이 경제개혁 개방을 천명하면서 주창한 대표적인 구호가 ‘흑묘백묘론’이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것으로 공산주의 중국이 자본주의 서방에 개방을 해서 경제성장을 하자는 기치였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지금 중국은 국내 총생산GDP)면에서 미국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서고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게 여긴 미국이 이번에는 역으로 중국을 향해 ‘칩4 동맹’이라는 신종 ‘죽의 장막’을 치려하자 중국이 한국을 향해 애꿎은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중국이 관영 매체를 통해 한국의 ‘칩4 동맹’ 참여여부에 강도 높은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 측 입장을 요구하고 있는 ‘칩4 동맹’에 한국이 참여할 경우 중국 내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의 보도라는 점에서 흘려들을 내용이 아닌 것 같다. 중국은 한국이 생산하고 있는 반도체 칩의 50%대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690억 달러 중 중국이 48%비중을 차지할 만큼 중국 시장은 절대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한국, 일본, 대만이 주축이 돼 반도체 설계, 생산 협력을 확대하고 강화하려는 ‘칩4 동맹’은 대중국 견제로 보이는 만큼 중국측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인식으로도 볼 수 있다. 중국이 관영매체를 통해 이례적으로 ‘칩4동맹’을 꼬집어 지적했다는 점에서다.

 

글로벌타임스(GT)는 18일 논평 격인 'GT 보이스'를 통해 "미국의 정치적 압력 아래에서 한국이 (칩4 동참 요청에 대해) 어떤 답을 할지 미지수이지만 만약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것임은 분명하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정부가 칩4 참여 결정을 주저하는 이면에는 "한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리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어 "만약 중국이 한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신뢰할 수 없거나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한다면 그것은 중국에 반도체 독자 생산의 시급한 필요성을 의미할 것이기에 한국 반도체의 중국 시장 점유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까지 나섰다. ‘칩4 동맹’은 한국의 중국내 반도체 시장 축소와 중국의 반도체산업 육성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도 글로벌타임스는 "이 지역의 산업망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으로 혜택을 볼 국가는 없기 때문에 지금은 지역 경제 주체들이 미국의 디커플링 전략을 따르기보다는 협력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때"라고 ‘칩4동맹’의 한국 참여를 경계했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3천500억 달러(약 444조원)로 원유와 전체 농산물 수입액보다 많다고 한다. 이 같은 수입액은 중국 한해 전체 수입액의 13%에 해당한다고 한다. 중국 정부와 국영기업들이 직접 출자한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인 '대기금'(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을 동원해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 외에도 파격적 세제 혜택, 연구·개발비 지원 등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는 와중에 '칩4 동맹‘이 가시거리로 부상하자 한국에 먼저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중국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 '반도체 항모'로 불리는 칭화유니(淸華紫光),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CXMT·長鑫存儲) 등 3사에서 투자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칩4동맹‘을 넘보기에는 갈 길이 먼 상황이라는 게 반도체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다보니 중국이 한국산 반도체의 큰 시장임을 내세워 우려 반 기대 반 지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이 반도체 생산 강국이라면 중국은 시장이 있다고 협력해야할 이유로 든 것이다. 중국의 코로나 발생지역의 봉쇄조치로 반도체 수출이 차질을 빚자 당장 대중국 수출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우리 수출전선에서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 봉쇄가 몰고 온 현상이라지만 한국이 ‘칩4동맹’에 가입하는 순간,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또 다른 봉쇄로 이어질 수 있다.

 

‘칩4 동맹’이 현실화되면 목이 타는 건 중국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칩4 동맹’에 따른 미국의 제재로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제약된다면 대상 중국 기업에는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우리도 대중국 수출이 역전되는 무역적자 기조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미중간 정치와 경제전쟁에 애꿎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래등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날 수 있다. 정부는 미래 산업의 쌀이라는 반도체 주권은 동맹을 뛰어넘는 우리 생존 전략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부는 기업들에게는 국경이 없는 시장만 존재한다는 것을 외교를 통해 대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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