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정부, 나토보다 중국과의 가치동맹 우선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윤석열 대통령의 첫 국제외교무대인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에 동행하고 있는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대중(對中) 관계에 이례적인 정책변화를 예고했다. 최 수석은 “20년간 누려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며 “우리의 생존을 위해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한중 관계를 놓고 보면 최 수석의 발언은 구설에 가깝게 느껴진다. 대안도 없이 외교적 결례에 가까운 발언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중 경제동맹을 부정하는 듯 한 언사라는 점에서 그렇다. 더구나 북대서양의 군사동맹체인 나토 정상회의에 가서 굳이 중국을 대놓고 지목한 점은 생각이 있는 사람인지를 의심케 한다.

 

아니나 다를까 최 수석의 발언으로 중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하는 반응을 보였다. 최 수석의 발언이 전해진 지 이틀만인 지난 30일 국내 증시에서 화장품과 패션, 여행 관련 주식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화장품 업계 대표 종목인 아모레퍼시픽, 면세점과 호텔 등 중국 매출 비중이 큰 신세계인터내셔널, 호텔신라 등이 지수하락폭보다 낙폭이 두세 배 더 컸다. 하지 말아도 될 말을 뜬금없이 내뱉은 결과가 결국 주식 투자자들에게 날벼락을 던진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은 우리 수출의 25%, 수입의 23%를 차지하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경제동맹이다. 수출입비중으로 볼 때 미국, 유럽, 일본을 합친 규모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부터 농산물까지 우리 기업들이 수입하는 2천 개 가까운 상품은 중국에서 80% 이상 수입해서 쓸 정도로 의존도가 큰 상황이다. 지난해 말 트럭에 첨가제로 사용하는 요소수가 일시적으로 공급이 끊기자 전국의 화물트럭이 올스톱 사태를 보고도 중국 호황론이 끝나가고 있다고 한 발언은 경제수석이라고 보기 어렵다. 경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기업들에게 격려는 못할망정 악전고투로 몰아넣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경제동맹뿐만아니라 대북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해야할 정치외교적 동맹이라는 점에서 나토보다 더 우선한 가치동맹이다. 최 수석의 발언이 아니라도 대중 호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국이 미국의 턱밑까지 치고가는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수입하지 않고도 자체기술로 생산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대중 수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반면 대중 수입비중을 줄일 수 있는 상황은 제 3의 시장을 개척하지 않는 한 쉽지 않다. 제 3의 시장이 유럽이 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점에서 대중 관계는 더 고도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말이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근자열원자래(近者悅 遠者來)'이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고 북한과 관계를 함께 도모해야할 중국은 역사와 지리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순망치한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웃과 더 낳은 동맹의 가치를 모색해도 모자랄 판에 이억만리 가서 쌩뚱맞는 발언을 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선택폭을 스스로 좁히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도 갚는다는데 굳이 하지 말아야할 말을 내뱉어서 한중 관계를 꼬이게 해서야 되겠는가. 그 피해는 경제수석이 고민해야할 기업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점을 알고도 그랬는지 묻고 싶다. 중국에 더 큰 호황을 누릴 경제정책이나 살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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