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촛불 안고 퇴장하는 문 정부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라는 노랫말이 들불처럼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에 퍼져 탄생시킨 촛불정부가 오늘 9일로 지난 5년의 임기를 마감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 반칙과 특권이라는 어둠과 거짓을 청산시키자는 열망이 촛불을 켰지만 등잔 밑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렇게 지난 5년은 마감하고 윤석열 정부로 정권은 뒤바뀌었다.

 

문재인 정부의 인기가 높았더라면 정권은 내주지 않았을 것이다. 촛불정부라고 자칭했던 문재인 정부는 정작 어둠을 떨치는 데는 아쉬움을 남겼다. 양쪽 진영을 뚜렷하게 둘로 갈라놓는 선거 결과로 봐서는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절대적 지지에 가깝던 그 많은 표심은 5년 후 근소한 0.73%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5년전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며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도 했다. 국민은 이 같은 대통령의 꿈을 함께 하기 위해 2017년 대선에 이어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에 압승에 가까운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부동산 폭등에 따른 부동산 소득주도성장의 불평등이었고 곳곳에는 여전히 반칙과 특권이 공존하고 있었다. 검찰을 포함한 개혁의 주체들이 대놓고 기득권 지키기에 정권과 맞서는 초유의 항명하는 듯한 집단 행동도 서슴치 않았다. 국가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끝까지 고수하려는 것을 당연시하는 권력기관의 사투는 지난 5년간 하루도 쉴 날이 없었다. 그렇게 5년은 흘러갔고 정권은 내줬다.

 

개혁의 피로감에 지친 선택은 정권교체이었다. 그 많은 기회를 위기로 전락시킨 데 따른 화풀이였다. 적폐를 청산하자고 했지만 자신들의 적폐에는 솜방망이만 남발한 뒤틀린 적폐청산에 모순만 보여줬다. 누가 대통령이 들어서도 잘 할 수 있도록 역량을 쌓아온 건 국민이었지만 그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국민 의식주를 위협하는 물가와 부동산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고통지수로 다가왔다. 전임 대통령의 부패와 국정농단에 따른 구속수사는 진영 간 분열을 극한으로 치닫게 했다. 지난 5년은 통합보다는 분열을 더 고착화시켰다.

 

어느 정권이나 명암은 있다. 공도 과도 있다. 우리가 떠나는 문재인 정부에게 아쉬운 건 국민의 염원을 응어리로 남겼기 때문이다. 국민의 답답함을 떨쳐버지 못한 알 수 없는 답답함이다. 진영 간에는 서로 이게 나라냐고 삿대질하는 국민 싸움판만 키웠다. 자기만 옳고 너는 틀렸다는 우김질만 난무한다.

 

이 모든 것을 남기고 떠나는 정권에 대한 평가는 후임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된다. 반면교사로 삼을 것인지 타산지석으로 여길 것인지는 후임정권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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