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 듣고 또 듣는 시간 되길

인수위 놓칠 수 있는 것들 보는 기회 삼아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28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한다고 한다. 윤 당선인 측에서 지난 16일 오찬 회동을 4시간 앞두고 취소한 이후 이번에는 만찬 회동으로 양측이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 만난다면 19일만의 회동이다. 그간의 사정을 보면 만나기도 전에 선주문을 내걸고 조건부 만남을 전제로 한 듯한 측근들의 입방정이 걸림돌이었던 만큼 이번 회동은 그런 추측성 주문은 없어야 한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측 특히 윤 당선인이 오늘 청와대 회동에 대해 “특별히 의제는 없다...민생 안보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밝힌 만큼 있는 그대로 청와대는 축하 덕담이 우선이고, 윤 당선인은 취임을 준비하는 당선인답게 대통령의 현안을 듣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주문하고 싶다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간에 이번 회동을 계기로 남은 인수 인계기간에도 협치 할 기회를 더욱더 자주 만들어야 한다. 기타 인수 인계는 현재 인수위원회가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할 수 있는 현 대통령과 당선인간의 인수인계 이다. 직접 마주하고 듣고 또 듣는 시간이 되야 한다. 그래야 인수위원회가 놓칠 수 있는 크게 보고 멀리 보는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계단을 오르다보면 계단마다 다른 세상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정상의 계단에서 본 국정 상황을 윤 당선인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시간으로 삼길 바란다. 같은 대한민국이라는 배에 퇴역하는 선장과 물려받는 선장 간에 인수 인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역대 대통령간 인수인계 과정도 살펴보기 바란다. 지난 1998년 떠나는 김영삼 대통령과 취임하는 김대중 대통령 간에는 외환위기라는 치욕속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조건과 전직 대통령 사면 등 포괄적인 사안을 두고 협치를 했다. IMF체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국가 개조에 가까운 협치의 모형을 보여준 바 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코로나 19라는 국가적 재난과 부동산 폭등이 부른 후유증 그리고 여전히 논란 속에 있는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가 회동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듣고 들어야 할 이야기들로 보인다.

 

‘카더라’에서 비롯된 오해는 상호불신만을 쌓이게 할 수 있다. 비선 측근들에게 접하는 ‘카더라’ 뉴스는 오판의 씨앗을 심을 수 있다. 처음 오찬 회동이 불발에 그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들어야 할 시간에 주문과 지적질은 삼갔어야 했다. 들어야할 시간에 듣지 못하면 답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수 인계기간이란 시간이다.

 

윤 당선인이 지난 주말에 열린 인수위 워크숍에 참석해 “국정 과제 선정 시 실용주의와 국민의 이익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경제”라고 밝힌 점은 그래서 주목하고 싶다. 중국의 지도자 등소평은 죽의 장막을 걷어내고 개혁개방에 나서기로 할 때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라는 소위 흑묘백묘론의 기치를 설파했다. 그게 실용주의고 국민의 이익을 중시하는 경제라고 본 것이다.

 

다른 말 같은 뜻이다. 중국은 흑묘백묘를 찾기 위해 적대국 미국과도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중국시장의 문호를 활짝 열어 세계의 공장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중국이 지금은 국내총생산(GDP) 등 주요지표에서 미국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서고 있다. 우리의 국정 목표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우리가 처한 정치 군사적 상황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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